칼럼/가사

몰래 녹음한 파일, 2026년 대법원은 증거로 못 쓴다고 봤습니다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7.13

민사소송에서는 위법하게 모은 자료도 일단 낼 수는 있다는 말이 오래 돌았습니다. 민사재판은 형사재판보다 증거를 넓게 받아 온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우자 차에 녹음기를 숨기는 방법이 처벌은 받아도 소송에는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2026년 4월 대법원 판결 이후로 이 말은 적어도 몰래 녹음에 관해서는 맞지 않게 됐습니다.

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배우자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얻은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상간 위자료 소송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겨 얻은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합니다(제4조, 제14조 제2항). 민사재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처벌도 무겁습니다.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청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고(제16조 제1항), 벌금형이 없습니다. 처벌 위험을 지고 얻은 파일이 재판에서는 쓰이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녹음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거나 보내는 일도 따로 처벌 대상입니다. 불법으로 얻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 역시 같은 조항에 걸리므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파일을 돌리는 순간 위험이 더 커집니다.

내가 있던 대화는 다릅니다

기준은 그 대화에 내가 참여했는지입니다. 내가 배우자나 상간자와 나눈 대화를 상대 몰래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세 사람이 대화하던 중 한 사람이 녹음한 경우도 같다는 것이 판례입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외도를 따지는 자리에서 배우자가 사실을 인정한 녹음은 지금도 중요한 자료입니다.

휴대폰 속 메시지를 찍은 사진은

같은 판결은 휴대전화 속 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처럼 증거 사용을 막는 규정이 따로 없는 자료는 수집 경위, 사생활 침해 정도, 증거의 필요성을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사건의 원고는 휴대전화 촬영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녹음이 막히면 결국 다른 자료로 같은 사실을 보여 줘야 합니다. 카드 결제 내역, 숙박 기록, 통화 일시 같은 자료는 소송 중에 법원을 거쳐 받을 수 있어, 몰래 얻은 파일보다 오히려 안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녹음기를 달았다면 더 녹음하지 말고 장치를 떼어 내되, 파일을 임의로 지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는 마세요. 그 파일 없이도 소송을 끌고 갈 수 있는지, 증거보전이나 사실조회로 대신할 자료가 있는지부터 다시 짜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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