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몰래 연 휴대전화, 증거가 되기 전에 사건이 됩니다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25

"남편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열어 봤어요." 외도 상담에서 드물지 않게 듣는 말입니다. 배신감 속에서 증거를 찾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있어 몇 가지 선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녹음은 내가 그 대화에 있었는가가 기준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 법 위반이 아닙니다. 배우자와 다투는 대화를 내 휴대전화로 녹음해 두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없는 방에 녹음기를 두고 배우자와 다른 사람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계정, 위치

부부 사이라도 상대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메시지를 보거나, 알아낸 비밀번호로 메신저나 이메일 계정에 몰래 접속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동선을 확인하는 일도 위치정보 관련 법률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가사소송에서 쓸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얻는 과정 자체가 고소의 대상이 됩니다. 이혼소송과 형사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면 조정 분위기는 굳어지고, 정작 다퉈야 할 쟁점이 흐려집니다.

상간자를 상대로 한 증거 수집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상간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직장에 찾아가 따지는 일, 상간자의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명예훼손이나 주거침입, 스토킹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화가 나는 순간일수록 직접 부딪히기보다 기록을 정리하는 쪽에 힘을 쓰시는 것이 결과적으로 낫습니다.

법원을 통해 받는 길이 있습니다

혼자 구하기 어려운 자료는 소송이 시작된 뒤 법원 절차로 받는 방법을 먼저 검토합니다.

  • 사실조회: 카드사, 숙박업소, 통신사 등에 특정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법원이 요청
  • 문서제출명령: 상대나 제3자가 가진 문서를 내도록 법원이 명령
  •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특정 계좌의 거래 내역 확보
  • 재산명시·재산조회: 재산분할에 필요한 상대 명의 재산 확인

사실조회나 제출명령은 무엇을 확인할지 특정해야 받아들여집니다. 어느 카드사의 어느 기간 결제 내역인지, 어느 숙박업소의 어느 날짜 투숙 기록인지를 짚어야 하므로, 내 손에 있는 단서가 법원 절차의 방향을 정해 줍니다. 배우자 차량의 하이패스 내역이나 함께 쓰는 카드의 명세서처럼 정당하게 볼 수 있던 자료가 그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내 손으로 모을 자료는 내가 받은 메시지, 내가 참여한 대화의 녹음, 함께 쓰는 계좌 내역처럼 정당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자료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뒤 나머지는 법원 절차로 채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위험한지 애매하다면 행동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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