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빚이 그대로인 이유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26파산 신청을 망설이는 분들은 대개 파산자라는 말이 주는 무게를 걱정합니다. 그런데 정작 놓치기 쉬운 것은 다른 쪽입니다. 파산선고를 받는 것만으로는 빚이 한 푼도 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선고와 면책은 별개의 결정입니다
파산선고는 채무자가 지급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법원이 확인하는 결정입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5조 제1항). 갚을 책임을 없애 주는 것은 그 뒤에 나오는 면책결정이고, 면책결정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개인파산의 목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면책입니다.
개인이 파산신청을 하면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면책신청도 함께 한 것으로 봅니다(제556조 제3항). 면책신청이 있고 파산폐지결정이 확정되거나 파산종결결정이 있으면, 면책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파산채권에 기한 강제집행·가압류를 할 수 없고 이미 하던 집행도 멈춥니다(제557조 제1항).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중지된 절차는 효력을 잃습니다(같은 조 제2항).
지급불능은 금액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파산에는 최저 채무액이 없습니다. 법원은 지금 가진 재산과 앞으로의 소득으로 빚을 계속 갚아 나갈 수 없는 상태인지를 봅니다. 지급을 정지했다면 지급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합니다(제305조 제2항).
소득이 있다고 파산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생계비를 빼고도 매달 남는 돈이 있으면 법원은 개인회생이 맞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파산원인이 있더라도 신청이 절차의 남용이라고 인정되면 심문을 거쳐 기각할 수 있습니다(제309조 제2항). 나이, 건강, 부양가족, 앞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젊고 건강한데 잠시 소득이 끊긴 정도라면 재취업 뒤 개인회생을 권받을 수 있습니다. 질병이나 돌봄 부담처럼 일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진단서와 진료 기록이 가장 확실한 자료가 됩니다. 파산재단은 파산선고 당시 가진 재산으로 정해지므로(제382조), 선고 뒤에 새로 번 소득으로 생활을 이어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면책신청 기간도 챙겨야 합니다. 반대 의사를 밝혀 따로 신청하는 경우라면 파산신청일부터 파산선고가 확정된 날 이후 1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제556조 제1항).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복권되어 파산선고로 생긴 자격 제한이 풀리지만(제574조 제1항 제1호), 면책을 받지 못하면 선고에 따른 제한만 남고 빚은 그대로입니다.
동시폐지와 관재인 선임
재산으로 절차비용도 충당하기 부족하면 법원은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폐지 결정을 합니다(제317조 제1항). 재산이나 처분 내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통장, 보험, 최근 재산 처분을 조사합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법원이 정하고, 관재인이 선임되면 그 보수를 위한 예납금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파산 사건은 선고가 아니라 면책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신청서를 쓰기 전에 면책불허가 사유가 될 만한 거래가 있는지 먼저 추려 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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