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지금 받을 재산이 없는데 판결을 받아 둘 이유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1.03

이겨도 받을 게 없다는데 소송할 필요가 있을까요. 재산이 없는 상대방을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고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비용을 들일 만하지 않은 사건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재산이 없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없다는 뜻은 아니어서, 판결의 쓸모를 시간 축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을 받아 두면 채무자가 나중에 상속을 받거나 남에게서 받을 돈이 생겼을 때 바로 압류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소송을 시작하면 그사이 재산이 다시 흩어지기 쉽습니다.

판결은 시효를 10년으로 늘립니다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처럼 3년이면 시효가 끝나는 채권도 판결로 확정되면 시효가 10년이 됩니다(민법 제165조). 확정된 지급명령, 재판상 화해나 조정으로 확정된 채권도 같습니다.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이라면 지금 재산이 없더라도 판결이나 지급명령으로 권리를 확정해 두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10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면 그 전에 압류를 하거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소송을 다시 내 기간을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판결 확정일을 달력에 적어 두고, 9년째에는 반드시 다시 확인하세요. 이 날짜를 놓쳐 오래된 판결이 쓸모를 잃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채무자 입장에서도 판결은 오래 남는 부담이어서, 형편이 나아지면 먼저 정리하자고 연락해 오기도 합니다.

그사이 할 수 있는 일

  • 판결 확정 뒤 재산명시 신청으로 채무자에게 재산목록 제출 요구
  • 재산조회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채무자 명의 재산 확인
  • 확정 뒤 6개월이 지나도 갚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민사집행법 제70조)
  • 채무자가 상속을 받거나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압류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오르면 법원이 그 부본을 금융기관 등에 보내 신용정보로 활용하게 할 수 있어(제72조 제3항) 채무자가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부는 등재된 다음 해부터 10년이 지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말소합니다(제73조 제3항). 재산조회는 신청인이 조회할 기관을 정하고 비용을 미리 내야 하므로 채무자가 쓸 법한 금융기관부터 고르는 것이 요령입니다.

재산명시 절차에서 채무자는 최근에 처분한 재산까지 적어야 합니다. 그 목록에서 가족에게 넘긴 부동산이 드러나면 채권자취소 소송을 검토할 수 있는데,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안에 내야 하니(민법 제406조) 목록을 받은 날을 기록해 두세요.

비용을 들일지 정하는 기준

판결을 받는 비용이 채권액에 비해 너무 크다면 지급명령처럼 비용이 적은 방법으로 집행권원만 확보해 두는 길도 있습니다. 채무자의 나이와 직업, 가족 관계를 보면 앞으로 재산이 생길 가능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산은 이런 사정을 놓고 소송을 할지, 한다면 어떤 절차로 할지 상담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채무자가 이미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면 개별 소송과 집행이 제한될 수 있으니 그 절차 안에서 채권을 신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법원에서 보내는 채권자목록이나 통지서에 내 채권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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