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소송 중에 합의했다면 취하서부터 내지 마세요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3.16소송을 하다 보면 법정 밖에서 상대방이 먼저 연락해 오는 일이 있습니다. 금액을 조금 깎아 주면 몇 달 안에 갚겠다는 제안입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다음으로 고민할 것은 이 합의를 어떤 형식으로 남기느냐입니다.
원고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소 취하가 늘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합의가 됐다는 안도감에 서류를 서둘러 정리하다가 받을 돈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취하하면 약속을 지키게 할 수단이 사라집니다
소를 취하하면 그 소송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1항). 상대방이 합의한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해야 하는데, 본안 판결이 선고된 뒤에 취하했다면 같은 소를 다시 낼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취하하면 소송으로 생긴 시효 중단 효력도 없어지는 것이 원칙이어서(민법 제170조), 시효가 임박한 채권이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돈을 다 갚기 전이라면 취하는 마지막에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돈이 모두 들어온 뒤에 취하서를 내면 됩니다. 상대방이 답변서를 내거나 변론을 한 뒤라면 취하에 상대방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 두세요(민사소송법 제266조 제2항).
조서로 남기면 바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합의 내용을 법정에서 화해나 조정으로 남기면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민사소송법 제220조, 민사조정법 제29조). 상대방이 약속을 어기면 다시 소송할 필요 없이 조서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에 합의가 됐다고 알리고 조정기일을 잡아 달라고 하거나, 다음 변론기일에 화해하는 방식입니다.
기일을 따로 잡기 어렵다면 양쪽이 합의한 내용을 재판부에 알리고 그 내용대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정이 송달된 뒤 2주 동안 양쪽이 이의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민사소송법 제226조, 제231조).
법정 밖에서 합의하고 바로 소를 취하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합의 내용을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로 남기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금전 지급을 약속한 공정증서에 그 문구가 있으면 판결 없이 집행할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를 만들려면 상대방도 공증사무소에 함께 가거나 위임해야 하므로 일정을 미리 맞춰 두세요.
합의서에 넣을 내용
- 지급할 총액과 회차별 금액, 지급일, 계좌
- 한 번이라도 늦으면 남은 금액 전부를 한꺼번에 갚는다는 조항
- 늦었을 때의 지연손해금
- 소송비용 부담과 소 취하 시점
-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지 여부
피고 입장에서도 형식이 중요합니다. 법정 밖 합의만 믿고 답변서나 이의신청 기한을 넘기면 원고 주장대로 판결이 날 수 있습니다. 합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한이 걸린 서면은 따로 내 두고, 재판부에 합의 진행 상황을 알려 기일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서에 서명할 때는 상대방 본인의 서명인지, 법인이라면 대표자 권한이 있는 사람인지도 확인하세요. 합의금을 다 받았다면 입금 내역을 남긴 뒤에 취하서를 내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민사 칼럼 더 보기
민사
2026년 2월부터 바뀐 압류금지 금액과 생계비계좌
2026. 2. 1. 이후 접수된 압류명령부터 압류금지 기준이 250만 원으로 올랐고 생계비계좌 제도가 새로 생겼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각각 알아 둘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10.06민사
항소할까 말까, 2주 안에 따져 볼 것
1심 결과가 아쉬우면 항소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항소 비용과 기간, 새로 낼 수 있는 자료, 상대방이 항소했을 때의 대응까지 함께 생각해 볼 점을 정리했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4민사
계약서에 없는 추가공사,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서면 합의가 없어도 건축주의 지시나 승낙, 실제 시공, 금액 근거를 증명하면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중도 해제 때 기성고 정산과 3년 시효도 함께 봅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