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재산명시 명령을 받은 채무자가 알아야 할 것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4.07갚지 못한 빚 때문에 판결을 받은 뒤 법원에서 재산명시 명령이 송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재산이 없으니 가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답은 반대입니다.
재산이 없을수록 기일에 나가 그 사실을 목록으로 밝히는 편이 낫습니다. 명령 자체에 다툴 사유가 있다면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니(민사집행법 제63조 제1항) 받은 날짜부터 적어 두세요.
나가지 않으면 감치가 있습니다
재산명시 명령은 판결 등이 확정된 뒤 채권자가 신청해 법원이 내리는 명령입니다. 채무자는 명시기일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나가지 않거나 목록 제출이나 선서를 거부하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해질 수 있고, 거짓 목록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민사집행법 제68조).
감치는 실제로 구금하는 제재입니다. 명령을 받은 뒤 이사를 했다면 바뀐 주소를 법원에 바로 신고해야 하고(제62조 제9항), 신고하지 않으면 예전 주소로 보낸 서류로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출석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기일 전에 법원에 미리 알리세요.
목록에는 무엇을 적나요
재산목록에는 지금 가진 부동산, 예금, 자동차, 보험, 남에게 받을 돈 같은 재산을 적습니다. 여기에 더해 명령이 송달되기 전 일정 기간 안에 처분한 재산도 적어야 합니다(제64조 제2항).
- 명령 송달 전 1년 안에 한 부동산의 유상 양도
- 명령 송달 전 1년 안에 배우자나 가까운 친족에게 한 그 밖의 재산의 유상 양도
- 명령 송달 전 2년 안에 한 무상 처분(의례적인 선물은 제외)
가족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을 빼고 적으면 거짓 목록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형식적인 흠이나 불분명한 점이 있었다면 선서한 뒤에도 법원 허가를 받아 목록을 정정할 수 있습니다(제66조). 모르는 것을 짐작으로 채우기보다 확인한 사실만 적으세요.
통장 잔고 몇만 원, 오래된 자동차처럼 값어치가 적어 보이는 재산도 빠짐없이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적지 않은 재산이 나중에 드러나면 일부러 숨겼다는 의심을 받기 쉽습니다.
그다음을 생각합니다
기일에 나가 3개월 안에 갚을 수 있다는 사정을 소명하면 법원은 기일을 3개월 범위에서 연기할 수 있습니다(제64조 제4항). 갚을 계획이 있다면 이 제도를 이용해 채권자와 협의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명시기일은 채권자에게도 통지되므로(제64조 제1항) 채권자 쪽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재산명시가 끝나도 채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채권자는 목록을 보고 압류를 하거나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고,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70조). 빚이 여러 곳에 걸쳐 감당하기 어렵다면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 함께 따져 보는 것이 현실적인 다음 단계입니다. 어떤 길을 택하든 법원 우편을 피하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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