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발주자 직접지급, 요청서를 보내는 날이 중요한 이유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6.17원청이 부도났다는 소식이 돌면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발주처 사무실부터 찾아갑니다. 우리가 시공한 부분이니 발주자가 직접 달라는 것인데, 하도급법은 실제로 그런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과 순서를 지켜야 효과가 생깁니다.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경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은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경우를 네 가지로 정합니다.
-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이나 이와 비슷한 사유, 또는 허가·면허·등록 취소로 원사업자가 대금을 줄 수 없게 된 경우
-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세 사람이 직접지급에 합의한 경우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합의한 경우를 빼면 모두 수급사업자가 요청해야 효과가 생깁니다. 사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주자가 알아서 지급해 주지는 않습니다. 원청이 아직 영업 중이라도 2회분 이상 밀렸거나 지급보증서를 주지 않았다면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의외로 많이 놓칩니다.
원청 사정이 흔들리기 시작한 단계라면 사유가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세 사람의 직접지급 합의서를 받아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도 이중 지급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서에는 대상 공사 범위, 지급 금액의 산정 방식, 원청 기성 확인 절차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어야 나중에 해석 다툼이 줄어듭니다.
요청한 시점에 남아 있는 돈이 한도입니다
직접지급 사유가 생기면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채무와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채무가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2항). 그리고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금액은 빼고 지급합니다(같은 조 제4항). 발주자가 원청에 기성금을 내주기 전에 요청이 도달해야 받을 몫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원청의 다른 채권자가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먼저 압류하면 다툼이 더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요청은 내용증명으로 보내 도달 날짜를 남기고, 시공한 부분과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기성 확인서와 공사일보, 세금계산서를 함께 붙입니다. 기성 확인이 필요하면 원사업자는 지체 없이 협조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5항).
원청이 중지를 요청하는 경우
원청에게도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수급사업자가 그 하도급 공사와 관련된 근로자 임금이나 자재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서류를 붙여 원청이 중지를 요청하면, 발주자는 직접 지급해서는 안 됩니다. 원청 귀책으로 생긴 지체라면 예외입니다(같은 조 제3항).
하도급업체라면 노무비와 자재대금 지급 내역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이런 주장에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직접지급 요청과 별도로 원청 재산이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 가압류를 해 둘지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발주자에게 요청서를 보낸 뒤에는 회신 기한을 정해 두고, 발주자가 원청에 지급한 내역을 확인해 달라고 함께 요청하세요. 받을 수 있는 금액의 범위가 그 내역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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