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다음 세입자 들어오면 줄게요"라는 말의 법적 무게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15

계약 만료를 한두 달 앞두고 집주인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아마 이 문장일 겁니다. 전세 거래가 얼어붙은 시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법은 보증금 반환에 그런 조건을 붙여 두지 않았습니다.

보증금 반환과 집 비우기는 맞물려 있습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인은 집을 비워 줘야 합니다. 두 의무는 동시에 이행하는 관계입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임대인 사정일 뿐, 반환 의무가 생기는 조건이 아닙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 그동안 임차인의 지위도 유지됩니다.

동시이행 관계라는 점은 임차인에게도 숙제를 남깁니다. 임차인이 집을 비워 줄 준비 없이 계속 살고 있다면 임대인에게 반환이 늦어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제 이사할지와 어떤 절차를 밟을지를 함께 계획해야 합니다.

먼저 따질 것은 계약이 끝났는지입니다

보증금 분쟁의 첫 쟁점은 의외로 종료 시점입니다. 임대인이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이 2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리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법 제6조). 이렇게 묵시적으로 갱신된 뒤라면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같은 법 제6조의2).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지 않았는데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갱신된 경우에도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3개월 뒤 효력이 생깁니다. 결국 종료일이 언제인지는 갱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통지가 언제 도달했는지를 확인해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나가겠다고 했다면 나중에 통지가 없었다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날짜가 남는 방법으로 통지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사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등기사항증명서에 임차권등기가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 짐을 빼고 전출하셔야 합니다. 등기가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신청과 등기에 든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조의3). 신청만 해 둔 상태에서 전입을 옮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등기 신청은 임대차가 끝난 뒤에야 할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 뒤 해지를 통지했다면 3개월이 지난 다음 신청할 수 있으니, 새 집 입주일에서 거꾸로 날짜를 세어 통지 시점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새 세입자를 기다려 주는 것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기다리기로 했다면 언제까지 기다릴지, 그때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를 서면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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