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계약금 배액상환, 문자 통보만으로는 해제되지 않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15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매도인이 계약을 물리려는 일이 늘어납니다. 계약금 두 배를 돌려줄 테니 없던 일로 하자는 문자를 받고 당황해 연락하시는 매수인이 많습니다. 민법이 정한 해약금 해제는 실제로 있는 제도지만,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해약금 해제의 조건
매매계약을 하며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을 준 쪽은 이를 포기하고, 받은 쪽은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65조). 이렇게 해제하면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습니다. 이 규정은 매매가 아닌 다른 유상계약에도 준용됩니다(민법 제567조).
말이 아니라 돈을 내밀어야 합니다
매도인이 해약금으로 해제하려면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금의 배액을 실제로 제공해야 합니다. 문자로 통보만 해 놓고 계약이 해제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매수인이 수령을 거절했다는 사정이 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통보를 받은 매수인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돈이 제공됐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행에 착수하면 이 길은 닫힙니다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뒤에는 해약금 해제를 할 수 없습니다. 중도금을 지급했다면 대표적인 이행 착수입니다. 그래서 매도인의 해제 통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매수인 쪽에서 이행 착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다만 중도금 지급일 전에 미리 중도금을 보내는 것이 허용되는지는 계약서의 특약과 사정에 따라 판단이 갈리니 계약서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계약을 그만두려는 경우도 같은 구조입니다. 매도인이 소유권이전 서류를 준비해 잔금 수령을 요구하는 등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상대방이 잔금을 내지 않거나 등기를 넘겨주지 않아 해제하는 것은 해약금 해제와 다른 길입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44조), 받은 돈은 이자를 붙여 돌려주며 손해가 있으면 배상을 청구합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이 기준이 됩니다. 잔금일이 지났다고 계약이 저절로 해제되지는 않고, 해제하려는 쪽도 자기 의무를 이행할 준비를 갖춰 제공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해제 통지를 서두르다 오히려 계약을 어긴 쪽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가계약금이라면
계약서를 쓰기 전 가계약금만 보낸 단계라면 먼저 계약이 성립했는지를 봅니다. 매매 목적물, 대금, 지급 시기 같은 중요한 사항이 정해졌다면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어 해약금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아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자로 오간 조건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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