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원상복구비 공제, 임대인이 증명해야 할 몫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7.22

보증금을 돌려받는 날, 정산서에 예상하지 못한 항목이 줄줄이 붙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배와 장판 전체 교체비, 입주 청소비, 벽의 못 자국 보수비 같은 것들입니다.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권리지만, 무엇이든 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금에서 뺄 수 있는 것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날 때까지 임차인이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하는 돈입니다. 그래서 밀린 차임, 미납 관리비, 임차인이 망가뜨린 부분의 수리비는 보증금에서 공제됩니다. 다만 그런 채권이 생겼다는 점은 공제를 주장하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정산서에 금액만 적혀 있고 근거가 없다면 근거부터 요구할 수 있습니다.

원상회복은 새집으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원상회복은 임차인이 받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지, 새집처럼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닙니다. 햇볕에 바랜 벽지, 가구를 놓았던 자리의 눌림, 오래 써서 낡은 수전처럼 통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생긴 마모는 임차인이 고쳐 놓을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반려동물이 긁은 문, 담배로 누렇게 변한 벽, 임차인이 임의로 설치한 시설의 철거 흔적은 임차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만 손상됐는데 전체 교체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는 손상 범위와 그 자재가 이미 얼마나 오래 쓰였는지를 놓고 금액을 다툴 수 있습니다. 10년 된 장판의 한 귀퉁이가 찍혔다고 새 장판값 전부를 임차인이 낼 일은 아닙니다.

임대인 입장이라면 공제 항목마다 근거를 붙여 정산서를 주는 것이 다툼을 줄이는 길입니다. 근거 없이 큰 금액을 묶어 두면 그 부분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사진이 말해 줍니다

  • 입주 첫날 방마다 벽, 바닥, 설비를 촬영한 날짜가 남는 사진
  • 퇴거하는 날 임대인과 함께 상태를 확인하며 찍은 사진과 영상
  • 임대인이 제시한 견적서와 다른 업체에서 받은 견적서
  • 관리비와 공과금 정산 내역

청소비도 자주 다투는 항목입니다. 임차인이 평소 수준으로 정리하고 나갔다면 새 세입자를 위한 업체 청소비까지 임차인이 부담할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퇴거 청소비를 따로 정했다면 그 약정을 먼저 봐야 합니다.

입주 때 사진이 없으면 원래부터 있던 흠인지 다툴 근거가 약해집니다. 계약서 특약에 원상복구 범위를 적어 두었다면 그 문구도 중요합니다. 다만 특약이 통상 손모까지 임차인에게 지우는 취지로 넓게 쓰였다면 해석을 두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공제 금액에 동의할 수 없다면 다툼이 없는 금액이라도 먼저 돌려 달라고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끝내 정리되지 않으면 보증금반환소송에서 항목별로 판단을 받게 되는데, 공제를 두고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은 지급명령보다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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