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답변서에 '모두 인정한다'고 쓰기 전에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7.25

소장을 받고 혼자 써 보신 답변서 초안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 많습니다. 하나는 억울한 사정을 길게 적은 편지 같은 글이고, 다른 하나는 다 맞지만 사정을 봐 달라는 짧은 부탁입니다. 둘 다 마음은 이해되지만, 재판부가 답변서에서 찾는 것은 원고가 주장한 사실 하나하나에 대한 피고의 입장입니다.

사실마다 인정, 부인, 모름을 표시합니다

소장에는 여러 사실이 섞여 있습니다. 돈을 받은 사실, 갚기로 한 날짜, 이자 약속, 독촉한 경위가 각각 다른 문장에 들어 있습니다. 답변서에서는 이 가운데 맞는 것은 인정하고, 틀린 것은 부인하고, 내가 알 수 없는 것은 모른다고 나눠 적습니다.

조심할 것은 인정입니다. 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원칙적으로 다시 다투기 어렵습니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데 대충 맞는 것 같아 인정해 두면,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날짜나 금액이 달랐다는 사정을 주장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확신이 없으면 인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정 설명은 항변으로 바꿔 씁니다

돈은 받았지만 이미 일부를 갚았다거나, 공사대금은 맞지만 하자가 있다는 식으로 사정을 말하고 싶다면 그것을 항변으로 정리합니다. 갚은 사실은 갚았다고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므로 이체내역이나 영수증을 함께 내야 합니다.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도 피고가 꺼내야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원고에게 받을 돈이 따로 있다면 상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 봅니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이 어떤 법적 주장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 보세요. 상대방이 돈을 빌려줄 때 고리의 이자를 요구했다면 이자제한법을 넘는 부분을 다투는 항변이 되고, 상대방도 약속을 어겼다면 손해배상과의 상계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빼고 주장과 증거의 짝으로 바꿔 적는 것이 답변서의 요령입니다. 원고가 낸 증거 가운데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어느 부분이 왜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세요.

기한이 촉박하면 짧게라도 먼저 냅니다

답변서는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내지 않으면 변론 없이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제257조 제1항). 시간이 부족하다면 청구를 다툰다는 취지와 간단한 이유만 담아 먼저 내고, 자세한 주장과 증거는 준비서면으로 보완하면 됩니다. 원고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더라도 답변서는 기한 안에 따로 내 두세요.

다툴 것이 별로 없는 사건이라면 답변서에 분할 지급 의사를 밝히고 조정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판결까지 가면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퍼센트의 지연손해금이 붙는 것이 원칙이라, 일찍 정리하는 편이 부담을 줄입니다. 분할 지급을 제안할 때는 매달 실제로 낼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정하세요. 지키지 못할 일정으로 조정하면 한 번 늦는 순간 남은 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조항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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