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계약 위반일까 불법행위일까, 손해배상 청구의 출발점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7.19손해배상 상담의 첫 질문은 대개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데 그 답을 하려면 먼저 정할 것이 있습니다. 이 손해가 약속을 어겨서 생긴 것인지, 위법한 행위로 생긴 것인지입니다. 같은 피해라도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증명할 것과 기한이 달라집니다.
증명할 것이 다릅니다
채무불이행 책임은 계약 내용과 그 계약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보이면, 채무자가 자기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벗어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0조). 반면 불법행위 책임은 피해자가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 위법성, 손해, 그리고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민법 제750조).
이사업체가 옮기던 가구를 파손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운송계약 위반으로 구성하면 업체가 자기 잘못이 없었음을 보여야 하고, 불법행위로 구성하면 피해자가 업체의 과실을 보여야 합니다. 계약 관계가 있는 사건이라면 채무불이행을 먼저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효가 다릅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계약상 채권은 일반 민사채권이면 10년, 상행위로 생긴 채권이면 5년입니다. 불법행위로는 3년이 지나 막혔더라도 계약 위반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길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안 날은 피해를 처음 느낀 날이 아니라, 위법한 행위로 손해가 생겼고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현실적으로 안 날을 말합니다. 계산이 애매하다면 늦었다고 단정하기 전에 날짜별 자료를 놓고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상 범위와 위자료
채무불이행의 배상 범위는 통상 생기는 손해가 원칙이고,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는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됩니다(민법 제393조). 이 규정은 불법행위에도 준용됩니다(민법 제763조). 정신적 손해는 신체, 자유, 명예를 해친 경우 위자료로 인정되지만(민법 제751조), 계약 위반만 있는 사건에서는 재산상 손해가 배상되면 위자료까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과실상계도 두 길 모두에 적용됩니다(민법 제396조, 제763조).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면 어느 쪽으로 청구하든 그 비율만큼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둘 다 가능하면 함께 씁니다
두 청구가 모두 성립할 수 있다면 하나의 소송에서 함께 주장해 한쪽이 막혀도 다른 쪽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어느 쪽을 앞세울지는 계약서가 있는지, 상대방 잘못을 보여 줄 자료가 무엇인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라 정합니다. 일이 생긴 날짜와 계약서 유무를 먼저 정리해 두시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소장을 받은 쪽이라면 반대로 상대방이 어떤 길을 골랐는지부터 봅니다. 불법행위로 청구했다면 고의나 과실, 인과관계를 원고가 증명하지 못한 부분을 짚고, 시효가 지났는지도 확인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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