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조정기일에 처음 가는 날, 미리 알면 덜 떨립니다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20

조정기일 통지서를 받으면 '상대와 마주 앉아야 하나요?'부터 묻게 됩니다. 조정은 법정처럼 높은 단 위에서 진행되지 않고, 작은 방에서 조정위원이나 판사가 양쪽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 많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기 힘든 사정이 있으면 한쪽씩 따로 불러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런 사정이 있다면 미리 대리인을 통해 알려 두세요.

본인이 나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정은 당사자의 뜻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여서 본인이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대리인을 보낼 수 있습니다(민사조정규칙 제6조). 소송대리인이 있더라도 금액과 조건을 그 자리에서 정해야 할 때가 많으니, 가능하면 함께 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피고가 나오지 않으면 조정담당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조정법 제32조). 결정을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기므로(같은 법 제34조), 나가지 않는 것이 시간을 버는 일은 아닙니다.

조정에서 한 말이 나중에 재판에서 불리하게 쓰일까 봐 입을 닫는 분도 있습니다. 조정 절차에서 나온 의견과 진술은 민사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민사조정법 제23조).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금액과 조건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은 알아 두셔도 좋습니다.

돈 말고도 정할 조건이 많습니다

조정에서는 금액만 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액 외 조건에서 합의가 깨지거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기 전에 아래 항목마다 꼭 받아야 할 선과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적어 가세요. 그 자리에서 처음 생각하면 감정에 밀려 정하게 됩니다.

  • 지급 방법: 일시금인지 분할인지, 밀리면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내는지
  • 접촉 금지의 범위와 위반 시 위약벌
  • 비밀유지 조항과 그 대상
  • 피고가 상대 배우자에게 구상권을 쓸지
  • 같은 일로 더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의 범위

원고와 피고가 각자 볼 것

혼인을 유지하는 원고라면 구상권 포기 조항이 금액만큼 중요합니다. 판결로 가면 이런 조항을 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고가 듣고 싶은 사과가 있다면 그것도 조정에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과를 조건으로 걸면 다른 조건이 밀릴 수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두세요.

피고라면 판결문이 남지 않는다는 점, 소송이 길어질수록 붙는 지연손해금을 함께 계산해 보세요. 조정이 성립하면 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민사조정법 제29조) 그대로 강제집행도 할 수 있습니다. 서명하기 전에 조서에 적힐 문구를 끝까지 읽는 것이 마지막 준비입니다.

결렬돼도 끝은 아닙니다

그날 합의가 안 되면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조정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사건을 다시 재판부로 돌려보냅니다(민사조정법 제27조). 결정이 나오면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할지 정하면 됩니다. 한 기일에 여러 사건이 잡혀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니, 조정기일에는 반나절쯤 비워 두고 가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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