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성관계가 없어도, 상대가 동성이어도 부정행위일까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11

간통죄가 있던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성관계 증거가 없으면 상간소송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반대로 소장을 받은 쪽은 잠자리를 한 적이 없으니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민사상 부정행위는 형법의 간통보다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부정행위의 범위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으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부정한 행위를 간통보다 넓게,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일체의 행위로 봅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그리고 제3자가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면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됩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그래서 법원은 관계의 정도와 상황을 함께 봅니다. 애칭을 쓰고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한 대화, 단둘이 여행하거나 숙박한 기록, 신체 접촉이 담긴 사진이 모이면 성관계가 증명되지 않아도 부정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관계의 수위가 낮으면 액수가 적게 정해질 수 있습니다.

소장을 받은 쪽이라면 성관계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로 버티기보다 대화의 맥락과 만남의 성격을 전체 흐름으로 보여 주는 편이 낫습니다. 업무상 연락이었거나 여럿이 함께한 자리였다는 점이 드러나면 부정행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동성인 경우

부정행위의 개념은 상대의 성별을 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동성과 연인 관계를 맺었다면 이성과의 외도와 같은 기준으로 부정행위인지, 상대가 혼인 사실을 알았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다만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사건마다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동성 사이에서는 친한 친구일 뿐이라는 해명이 나오기 쉽습니다. 자주 만나고 연락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친구 사이에서 쓰지 않는 표현, 숨기려 한 정황,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만난 기록이 판단을 가릅니다.

온라인으로만 이어진 관계

채팅과 영상통화, 선물만 오간 관계도 내용과 기간에 따라 부정행위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만남이 있는 경우보다 인정 범위가 좁고, 인정되더라도 위자료가 낮게 정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관계에서는 상대의 실명과 주소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을 하려면 상대를 특정해야 하니 다음 단서부터 챙기세요. 대화가 지워지거나 계정이 사라지기 쉬우니 화면을 캡처할 때 계정 이름과 날짜가 함께 보이게 남겨 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 메신저나 SNS 계정 아이디, 프로필 화면
  • 전화번호
  • 송금 기록과 받는 사람 이름
  • 선물 배송지 주소

상대가 외국에 산다면 송달과 집행이 어려워 실익을 따져 봐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간자 소송보다 배우자와의 이혼소송에서 부정행위를 이혼 사유로 주장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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