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외도 증거가 확실한데 상간소송에서 질 수도 있을까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27

“모텔에 같이 들어가는 사진까지 있는데 질 수도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사진 속 장면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를 먼저 되묻게 됩니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혼 사건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 사건입니다. 불법행위는 행동한 사람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배우자의 잘못과 상간자의 잘못은 따로 봅니다

배우자가 외도했다는 사실은 배우자의 잘못을 보여 줍니다. 상간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그 사람 몫의 잘못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면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되고, 배우자와 함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봅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부부공동생활의 침해, 그리고 그것을 알고 한 행동입니다. 이혼하지 않고 상간자에게만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혼인을 유지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이 침해된 손해는 그대로 남습니다.

법원이 확인하는 세 가지

실무에서는 대체로 세 가지를 나눠 봅니다.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다른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결론이 흔들립니다.

  •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는가. 성관계까지 증명하지 못해도 정조의무에 어긋나는 관계였다면 부정행위가 됩니다.
  • 상간자가 배우자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
  • 그때 우리 부부의 공동생활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었는가.

상담을 하다 보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자료는 넘치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거의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박 영수증은 관계를 보여 주지만 상간자가 기혼 사실을 알았다는 것까지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교제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는 주장도 막연해서는 힘이 없고, 결혼반지를 끼고 다녔다거나 주말마다 가족 일정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는 식의 구체적인 사정이 붙어야 합니다.

빈칸은 이렇게 채웁니다

기혼 사실을 알았다는 점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드러납니다. 아이 이야기, 배우자 눈치를 보는 말, 이혼을 재촉하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그런 대화가 없다면 가족사진이 걸린 메신저 프로필, 결혼 사실이 알려진 직장이나 모임에서 만났다는 사정처럼 간접 자료를 시기별로 모읍니다.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은 의외로 쉽게 잊힙니다. 같은 집에 살았고 생활비가 오갔고 명절과 아이 행사를 함께했다는 평범한 기록이 상대의 파탄 주장을 막아 줍니다. 혼인이 이미 파탄돼 있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상간자가 증명해야 하지만(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 반박 자료를 미리 갖춰 두면 재판이 훨씬 안정적으로 흘러갑니다.

소장을 쓰기 전에 가진 자료를 세 칸짜리 표에 나눠 넣어 보세요. 비어 있는 칸이 상대가 공격할 자리입니다. 표를 채우다 보면 생각보다 자료가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지금 소장을 내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그 판단은 접수 전에 내려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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