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압류 통지를 받고서야 소송 사실을 알았다면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25

어느 날 은행에서 계좌가 압류됐다는 연락을 받고, 그제야 내가 피고였던 소송이 있었다는 걸 아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사를 했거나 주소지에 오래 살지 않아 소장이 송달되지 않았고, 법원이 공시송달로 재판을 마친 것입니다. 당황스럽지만 이 단계에서도 다툴 길은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짧은 기한 안에서만 열려 있어서, 무엇부터 할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한은 알게 된 날부터 2주

내 책임 없이 소송을 몰라 항소 기간을 놓쳤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안에 추후보완 항소를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73조). 공시송달 사건에서는 보통 판결이 공시송달로 송달된 사실을 안 날이 기준이 됩니다. 압류 사실만 들은 날인지 판결문까지 확인한 날인지에 따라 기산점이 다퉈지기도 하니, 알게 된 날과 경위를 적어 두세요.

기간이 짧으니 첫 주 안에 사건번호를 확인하고 판결문을 발급받는 것이 좋습니다. 압류 결정문에 사건번호가 적혀 있으니 그걸로 시작하면 됩니다. 판결문을 읽어 보면 원고가 무엇을 주장했고 법원이 무엇을 인정했는지가 나옵니다. 소송기록 전체를 열람해 원고가 어떤 증거를 냈는지, 어느 주소로 몇 번 송달을 시도했는지도 확인하세요. 그 송달 기록이 내 책임이 없었다는 주장의 출발점입니다.

내 책임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추후보완은 당사자에게 책임이 없을 때만 허용됩니다.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은 채 연락이 닿지 않게 지냈다면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원고가 실제 주소를 알면서 옛 주소로 보냈다거나, 해외 체류처럼 소송을 알 수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그 자료를 모읍니다.

  • 당시 실제로 살던 곳을 보여 주는 임대차계약서나 공과금 고지서
  • 원고나 상대 배우자와 연락하던 기록(원고가 내 연락처를 알았다는 정황)
  • 압류 통지나 판결문을 처음 받은 날을 보여 주는 자료

자료가 부족하다고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당시 휴대폰 번호가 그대로였고 원고 쪽이 그 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연락할 방법이 있었는데도 공시송달로 간 사정을 짚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은 법원이 하니, 기한 안에 신청부터 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행은 따로 멈춰야 합니다

추후보완 항소를 냈다고 압류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습니다. 강제집행을 멈추려면 집행정지 신청을 따로 해야 하고, 법원이 담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압류된 돈이 이미 원고에게 넘어가기 전에 움직여야 하니 항소와 정지 신청을 함께 준비합니다. 급여가 압류됐다면 회사도 이미 결정문을 받았을 테니, 회사에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정도만 짧게 설명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하지 못한 주장, 곧 기혼 사실을 몰랐다거나 그때 혼인이 이미 파탄돼 있었다는 사정을 처음부터 다투게 됩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상대 배우자와 나눈 대화, 만난 기간을 보여 주는 자료를 서둘러 모으세요. 원고와 직접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이 단계의 메시지는 그대로 증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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