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곧 이혼할 사이라는 말을 믿고 만났다면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24

상간 소송의 피고가 된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대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각방 쓴 지 몇 년 됐다, 서류만 정리하면 끝나는 사이다, 아이 때문에 같이 살 뿐이다. 이 말을 믿고 만났으니 억울하다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법원이 이 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이 정한 기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때 제3자가 부부 일방과 성적인 관계를 가져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침해될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없다는 이유입니다.

눈여겨볼 말은 객관적으로, 그리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끝났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밖에서 봐도 혼인의 실체가 사라졌다고 판단될 정도여야 합니다.

상대 배우자의 말은 왜 힘이 약할까

외도하는 사람이 곧 이혼한다, 이미 남남이다라고 말하는 일은 흔하고, 법원도 그 사정을 잘 압니다. 말한 사람이 바로 관계를 이어 가고 싶은 당사자이니 그 말만으로 파탄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피고가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는 사정은 파탄 항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파탄은 피고의 믿음이 아니라 원고 부부의 실제 상태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말 때문에 관계를 시작하게 된 경위는 액수를 정할 때 함께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파탄으로 보지 않는 모습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부부싸움 뒤 잠시 집을 나간 경우, 직장 때문에 따로 사는 주말부부, 이혼 이야기만 오간 경우가 그렇습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도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는 서로 참아야 한다고 정해, 일시적인 별거와 파탄을 구별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도 의미가 있는 경우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뒤따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교제 전부터 별거가 오래 이어졌고, 생활비와 연락이 끊겼고, 이혼소송이나 협의이혼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기록이 있다면 파탄 항변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파탄 사정은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상대가 이혼했다며 서류까지 보여 줬다면 파탄 항변보다는 혼인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에 가깝습니다. 속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고의나 과실이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두 주장은 증명할 내용이 다르니 내 사건이 어느 쪽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완전한 파탄까지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혼인관계가 이미 상당히 나빠져 있었다는 사정은 위자료를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변서에 청구 기각 주장과 감액 주장을 함께 적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을 들었던 대화가 남아 있다면 지우지 말고 날짜와 함께 보관하세요. 혼자서는 힘이 약해도 다른 자료와 엮이면 의미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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