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혼인 파탄은 누가 증명해야 할까, 2024년 대법원 판결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3.07상간 소송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주장이 혼인 파탄입니다. 피고는 만날 당시 원고 부부가 이미 끝난 사이였다고 하고, 원고는 그런 적 없다고 합니다. 양쪽 말이 엇갈리고 자료도 애매하면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증명책임입니다.
판결이 정리한 것
대법원은 부정행위 당시 혼인이 이미 파탄돼 있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13511 판결). 원고가 우리 부부는 멀쩡했다는 점을 먼저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파탄 여부가 끝까지 분명하지 않으면 그 불이익은 파탄을 주장한 상간자가 집니다. 증명책임은 양쪽 자료가 팽팽할 때 결론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자료가 비슷하게 맞서는 일이 드물지 않아 이 판결의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이 판결이 파탄 항변의 기준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닙니다. 기준은 여전히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입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달라진 것은 그 기준을 누가 채워야 하느냐가 분명해졌다는 점입니다.
피고에게 필요한 자료
말로만 주장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교제를 시작한 날보다 앞선 날짜의 객관적인 기록이 필요합니다.
- 이혼소송 접수 기록이나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 기록
- 별거를 시작한 날과 주소가 바뀐 기록
- 생활비와 연락이 끊긴 기간을 보여 주는 계좌·통화 자료
- 원고 쪽의 다른 이성 관계 정황
날짜가 핵심입니다. 별거 기록이 있더라도 교제가 그보다 먼저 시작됐다면 파탄 항변은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별거 중에도 가족 여행을 함께 갔다거나 생활비를 꾸준히 보낸 기록이 원고 쪽에서 나오면 파탄은 부정되기 쉽습니다. 시기별로 양쪽 자료를 맞춰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원고의 다른 이성 관계 정황은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파탄이나 감액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근거가 약한 채로 원고를 공격하면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원고 쪽이 조심할 것
증명책임이 상대에게 있다고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상간자가 그럴듯한 자료를 내면 재판부의 판단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 살았다는 주소 기록, 생활비 이체 내역, 명절과 아이 행사 사진처럼 평범한 기록이 가장 강한 반박 자료가 됩니다.
원고 스스로 남긴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화가 나서 상간자에게 우리 부부는 이미 끝났다고 보낸 메시지, 지인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 파탄의 근거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송을 앞두고는 감정이 담긴 연락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이혼소송 도중에 시작된 관계라면 소송이 어느 단계였는지, 조정이 결렬됐는지, 부부가 다시 합칠 여지가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소송이 접수됐다는 사실 하나로 파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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