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중재원 조정신청서를 받은 병원의 14일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8.20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신청서가 송달되면 달력에 먼저 표시할 날이 있습니다. 송달받은 날부터 14일입니다. 일반 사건이라면 이 안에 조정에 응할지 알려야 하고, 알리지 않으면 신청은 각하됩니다(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8항).

응하지 않으면 끝나는가

각하된다고 분쟁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환자 측은 소송이나 형사 고소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 여부는 번거로운 절차를 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절차에서 다투는 것이 병원에 나은가로 정해야 합니다. 일반 사건에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조정의 장점은 속도입니다. 감정부가 개시일부터 60일 안에 감정서를 쓰고, 조정부가 90일 안에 조정결정을 합니다(각 1회 30일 연장 가능).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에서 조정이 성립하면 생명의 위험이나 장애 같은 중한 결과가 생긴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제51조)도 형사 부담을 생각하면 무겁게 볼 대목입니다.

반대로 조정에 참여하면 감정 과정에서 병원의 설명과 자료가 먼저 정리돼 나가고, 그 감정서는 이후 소송에서도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기록이 충분하지 않거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라면 이 점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14일 동안 따져 볼 것

  • 진료기록과 신청서의 주장을 대조해 쟁점이 진료상 과실인지 설명의무인지
  • 동의서, 설명 자료, 경과 기록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 청구 금액과 실제 손해의 차이
  • 형사 고소 가능성과 이미 진행 중인 절차
  • 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의 사고 접수 여부

자동으로 시작되는 사건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증 장애 사건은 병원의 동의 없이 절차가 시작됩니다(제27조 제9항). 이때는 신청인이 조정신청 전에 진료를 방해했거나 거짓 사실로 신청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14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10항). 사유가 없다면 이의신청에 기대기보다 감정부에 낼 소명서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참여하기로 했다면 통지서를 기한 안에 보내고 보낸 날짜를 남겨 두세요. 그 뒤 감정부가 병원에 출석과 자료 제출, 당시 처치를 고른 이유를 소명하라고 요구합니다(제28조). 소명서는 시간순 경과표와 근거 기록의 쪽수를 붙여 쓰면 감정위원이 읽기 쉽습니다. 조정 도중 환자 측이 소송을 내면 조정신청은 각하되니(제27조 제7항 제3호) 그때는 소송 대응으로 넘어갑니다.

조정기일과 그 뒤

조정부는 기일을 열어 양측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자리에서 합의가 되면 조정조서를 쓰는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어 같은 분쟁을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제37조). 그래서 금액만큼 문안이 중요합니다. 청구를 포기하는 범위, 향후 치료비를 포함하는지, 병원이 과실을 인정하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는지를 서명 전에 확인하세요.

합의가 안 되면 조정부가 조정결정을 내리고,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동의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알리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보니(제36조 제2항) 이 날짜도 처음 14일만큼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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