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개시결정 전인데 변제금을 벌써 모아야 하나요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10

신청서를 내고 나면 한동안 독촉도 줄고 법원에서도 보정 말고는 별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시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돈을 낼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그 반대여서, 이 몇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가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첫 변제일은 신청서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변제계획안에는 첫 변제일이 적혀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개시결정 전이라도 변제금을 내거나 모아 두어야 합니다. 개시결정 전에는 납부할 계좌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별도 통장에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을 넣어 두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개시결정이 나면 회생위원 계좌를 안내받고, 그때까지 쌓인 회차를 한꺼번에 넣습니다. 신청하고 몇 달 뒤에 개시결정이 났다면 그동안의 회차가 한 번에 필요해지는 셈입니다. 모아 두지 않았다가 이 시점에 큰돈을 마련하지 못해 곤란해지는 일이 생깁니다.

변제금 통장을 생활비 통장과 같이 쓰면 어느 순간 적립금이 생활비로 빠져나가 있습니다. 은행 앱에서 이름을 붙인 별도 계좌를 하나 만들고, 월급날 바로 다음 날 자동이체가 되도록 해 두면 마음이 흔들릴 틈이 줄어듭니다. 적립한 날짜와 금액이 통장에 그대로 남는 것도 장점입니다. 나중에 성실하게 준비해 왔다는 자료가 됩니다.

인가 전 미납은 이렇게 다뤄집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채권자집회를 마치고 1개월이 지나도록 3개월분 이상을 내지 않은 사건을 회생위원이 따로 모아 법원에 보고하게 하고, 법원은 그 사건이 변제계획안을 인가할 수 없는 경우인지 판단합니다(실무준칙 제432호). 채권자집회에 한 번 나오지 않은 데 3개월분 이상 미납이 겹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폐지합니다. 3개월분이 밀렸다고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단계에서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금액인가

변제금을 넉넉히 써 내면 인가가 쉬울 것 같지만, 감당하지 못할 금액은 몇 달 안에 미납으로 이어집니다. 인가 뒤에 폐지되면 그동안 낸 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1조 제2항). 신청 전에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돈을 한 번 더 적어 보고, 첫 석 달을 실제로 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변제금을 지나치게 낮게 잡으려고 생활비 항목을 부풀리는 것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법원은 생계비를 기준 중위소득과 가족 수를 놓고 따지고, 그보다 더 인정받으려면 월세나 의료비 같은 지출을 영수증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자료로 뒷받침되는 금액만큼만 주장하는 것이 결국 인가를 앞당깁니다.

  • 변제금 전용 통장을 하나 정하고 다른 용도로 쓰지 않기
  • 월급날 바로 다음 날로 자동이체를 걸어 두기
  • 개시결정문을 받으면 회생위원 계좌와 밀린 회차 금액부터 확인하기
  • 형편이 바뀌면 인가 전에 알리고 계획안을 고치기

인가 전에 소득이 줄거나 직장을 옮겼다면 그 사정을 알리고 변제계획안을 고쳐야 합니다. 예전 소득으로 인가를 받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모아 둔 적립금은 인가 뒤 채권자에게 배당되는 돈이니, 급하다고 꺼내 쓰지 않도록 따로 관리해 주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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