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내 인감이 찍힌 협의서, 고소와 등기 말소는 따로 갑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

등기소에서 부모님 집 등기부를 떼 보니 형 앞으로 넘어가 있고, 신청 서류에는 내 인감이 찍힌 협의서가 붙어 있었다. 이런 상담은 대개 분노와 배신감으로 시작합니다. 가족이 내 도장을 몰래 썼다는 사실이 돈보다 더 아프기도 합니다.

이 경우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가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점부터 알아 두셔야 합니다. 고소만 해 두면 집도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등기를 바로잡는 일은 민사 소송으로 따로 해야 합니다.

문제 되는 죄명

다른 상속인의 인감을 몰래 써서 협의서를 만들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가 됩니다.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31조, 제234조). 도장을 허락 없이 찍은 부분은 인장부정사용(제239조)도 함께 검토합니다.

그 협의서로 등기까지 했다면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해 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게 한 것이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와 그 행사(제228조, 제229조)가 문제 됩니다.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했다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상속인 자격도 잃습니다(민법 제1004조 제5호).

가족 사이 특례가 없는 죄입니다

친족 사이 고소 규정은 절도, 사기, 횡령 같은 재산범죄에만 적용되고 문서위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고, 형제끼리 합의해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처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사건을 끝내 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고소는 경찰에 하고, 2026. 10. 2.부터는 경찰 수사 뒤 공소청(검찰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수사기관은 협의서의 인영과 내 인감이 같은지, 인감증명서가 언제 누구에게 발급됐는지, 내가 도장을 맡긴 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도장을 다른 용도로 맡겼다가 이렇게 쓰인 경우라면 맡긴 경위와 용도를 보여 주는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상대는 내가 동의했다거나 협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 무렵 오간 대화를 빠짐없이 모아 두세요.

민사는 기한이 더 무섭습니다

  • 등기사항증명서와 등기 신청 서류 열람 결과
  • 주민센터에서 확인한 인감증명서 발급 내역
  • 문제의 협의서 사본과 내 진짜 인감 대조 자료
  • 도장을 맡긴 적이 있다면 그 경위가 담긴 메시지

위조된 협의서로 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은 상속회복청구로 보아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민사를 미루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상대가 집을 팔려고 한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등기부를 확인한 날을 기록하고, 위 자료를 모아 바로 상담을 받으세요. 지산은 고소장과 가처분, 말소 청구를 한 흐름으로 묶어 진행 순서를 정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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