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도장을 몰래 찍은 상속 협의서, 가족 특례가 없는 범죄입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31

등기부를 떼 보고서야 아버지 집이 동생 단독 명의로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협의서에는 분명 내 이름과 인감이 찍혀 있는데 나는 그런 서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족에게 맡겨 두었던 것이 화근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함께 문제 되는 죄들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권리·의무에 관한 문서입니다.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그 이름으로 협의서를 만들면 사문서위조(형법 제231조), 그 협의서를 등기소에 내면 위조사문서행사(제234조)가 되고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남의 인장을 마음대로 찍은 부분은 인장부정사용(제239조)이 문제 됩니다.

그 협의서로 등기까지 했다면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해 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게 한 것이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와 그 행사(제228조, 제229조)도 검토합니다. 위임장을 꾸며 다른 형제의 인감증명서를 대신 발급받았다면 그 부분도 따로 따져야 합니다. 민사적으로 보면 내가 참여하지 않은 협의는 상속인 전원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어서 처음부터 효력이 없습니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그 협의를 전제로 한 등기도 다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족이라는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 이유

2025년 개정 형법의 친족 사이 규정은 절도, 사기, 횡령 같은 재산범죄에만 준용됩니다. 문서위조와 인장부정사용,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에는 이런 특례가 없습니다.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고, 형제끼리 합의해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고소 취소만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하거나 숨긴 경우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그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04조 제5호). 협의서 위조에는 이런 당연 결격 규정이 없으므로 상속인 지위는 그대로 남고, 상속재산분할과 등기 말소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등기를 되돌리는 쪽의 시계

형사 고소만으로는 등기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위조된 협의서로 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은 판례상 상속회복청구로 볼 수 있어,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라는 기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999조 제2항). 등기부를 확인한 날을 기록해 두고, 상대가 집을 팔거나 담보로 잡히기 전에 처분금지가처분부터 신청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고소장을 준비할 때는 등기소에서 문제의 협의서와 등기 신청 서류를 열람해 확보하고, 내 인감증명서 발급 내역을 확인해 두면 누가 언제 서류를 만들었는지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소는 경찰에 하며,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의 시기를 함께 맞춰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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