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가족 돈은 처벌 못 한다는 말이 더는 맞지 않는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4형이 아버지 통장에서 돈을 빼 갔다며 고소를 고민하는 분들께 예전에는 먼저 이런 설명을 드려야 했습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사이의 절도·사기·횡령은 형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친족상도례라고 부르던 규정입니다. 이 규정이 2025. 12. 31. 크게 바뀌었습니다.
형 면제에서 고소가 필요한 죄로
헌법재판소가 2024. 6. 27. 가까운 친족 사이 재산범죄의 형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개정된 형법 제328조는 형 면제 조항을 없앴습니다. 이제 피해자의 친족이 저지른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입니다. 고소가 있으면 가족이라도 기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규정은 절도,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 횡령과 배임 등에 준용됩니다(형법 제344조, 제354조, 제361조). 원래 형사소송법은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게 하지만(제224조), 개정 형법은 이런 사건에서는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고소하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형법 제328조 제3항).
언제 저지른 일인지가 먼저입니다
개정 규정은 2024. 6. 27. 이후 처음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그 전에 빠져나간 돈은 종전 규정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을 따져 따로 판단해야 하므로, 거래 내역을 날짜별로 나눠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개정 때 둔 고소기간 특례(시행일부터 6개월)는 2026년 6월 말로 끝났으니 지금은 원칙대로 계산합니다.
6개월과 고소 취소
고소가 있어야 하는 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통장 내역을 처음 확인한 날, 형제에게서 인출 사실을 들은 날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날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부모님 생전에 벌어진 일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고소할 수 있지만 부모님이 명시한 뜻에 반할 수는 없습니다(같은 법 제225조 제2항).
고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같은 법 제232조). 형제끼리 상속재산을 정산하기로 하면서 고소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산이 실제로 끝나기 전에 취소하면 다시 문제 삼을 길이 없어집니다. 고소는 경찰에 하고, 2026. 10. 2.부터는 경찰이 송치하면 공소청(검찰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며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형사 절차는 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반환 청구나 상속재산분할 같은 민사 절차를 나란히 진행해야 실제 정산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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