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돌아가신 아버지 카드로 돈을 찾으면 어떤 죄가 되나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장례를 치르는 사이 형제 한 사람이 아버지 체크카드로 현금을 찾거나 모바일뱅킹으로 자기 계좌에 돈을 옮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본인은 어차피 상속받을 돈을 먼저 쓴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아가신 순간부터 그 예금은 상속인 모두의 공동 재산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뺐느냐에 따라 문제 되는 죄도 달라집니다.
방식에 따라 갈리는 죄명
- 고인의 카드를 현금자동지급기에 넣거나 모바일뱅킹으로 이체한 경우에는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해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어서 컴퓨터등사용사기(형법 제347조의2)가 문제 됩니다.
- 고인의 통장과 도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고인 이름으로 청구서를 써서 찾은 경우에는 사기와 함께 사문서위조·행사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생전에 통장을 맡아 관리하던 자녀가 허락 없이 자기 용도로 쓴 경우에는 횡령(제355조)이 문제 됩니다.
법정형도 차이가 큽니다.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는 2025. 12. 23. 개정으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됐습니다. 횡령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문서위조와 그 행사는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족 규정이 빠집니다
가족 사이 재산범죄는 2025년 개정 형법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가족이 아니라 은행으로 평가되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손자가 할아버지 통장을 몰래 가져가 현금자동지급기로 자기 계좌에 이체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은행으로 보고 친족 사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2704 판결). 사망 뒤 인출에서도 같은 논리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문서위조에는 처음부터 친족 특례가 없습니다. 창구에서 고인 이름으로 서류를 썼다면 형제들이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장례비였다는 설명이 통하려면
고소를 당한 쪽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설명은 장례비나 병원비로 썼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인을 위해 쓴 돈이라면 영수증과 이체 내역으로 사용처를 날짜별로 맞춰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 상속분을 넘지 않는 금액이었는지, 다른 상속인들도 알고 있었는지, 이미 정산하거나 돌려준 돈이 있는지도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쓰임을 설명하지 못하는 인출이 크고 여러 차례 반복됐거나 다른 상속인에게 숨긴 정황이 있다면 무겁게 평가됩니다. 2026년 9월 11일부터는 사망신고 다음 날 고인 명의 금융거래가 차단되니, 장례비가 급하다면 금융회사의 예외 인출로 장례식장에 직접 보내는 편이 이런 오해를 피하는 길입니다. 고인 돈에 손댄 일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막는 단순승인 문제로도 이어진다는 점까지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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