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치매 부모님 통장을 맡은 자녀가 지금부터 남길 기록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13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가까이 사는 자녀 한 명이 통장과 카드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비를 내고 장을 보고 공과금을 처리하다 보면 내 돈과 부모님 돈이 섞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 형제에게서 그 돈을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 질문이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의로 맡아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 돈을 보관하던 자녀가 허락 없이 자기 용도로 쓰면 횡령이 됩니다. 2025. 12. 31. 형법 개정으로 2024. 6. 27. 이후의 가족 사이 횡령도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고소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부모님이 판단력을 잃은 상태라면 '허락을 받았다'는 말 자체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할 말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기록은 형제를 의심해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뒤의 나를 지키기 위해 남기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지킬 원칙

  • 부모님 돈과 내 돈을 섞지 않기. 부모님 지출은 부모님 계좌에서 바로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이체
  • 현금 인출은 줄이고, 불가피하면 쓴 곳과 영수증을 그날 기록
  • 지출 장부를 월 단위로 정리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관
  • 큰 지출이나 부동산 관련 결정은 형제들에게 미리 알리고 답을 받아 두기
  • 내 교통비나 수고비를 부모님 돈에서 임의로 가져가지 않기

장부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날짜, 금액, 쓴 곳, 영수증 유무만 적어도 몇 년이 쌓이면 강한 자료가 됩니다. 분기마다 형제 단체방에 간단히 공유해 두면, 나중에 형제들이 몰랐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부모님이 판단력이 남아 있을 때 생활비나 간병비를 어떻게 쓰라고 하셨는지 들은 내용이 있다면, 그것도 날짜와 함께 적어 두세요.

은행이 막히면 후견을 생각할 때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은행이 가족의 인출이나 해지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 명의 서류를 대신 작성하거나 부모님 도장을 임의로 쓰는 것은 그 자체로 문서위조 문제가 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정식 방법은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이나 특정후견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후견인이 되면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되어 번거롭지만, 반대로 그 감독이 나를 지켜 주기도 합니다. 재산목록을 법원에 내고 지출 내역을 관리하니, 나중에 형제가 문제를 삼더라도 설명할 근거가 남습니다. 후견인 보수도 법원이 정한 범위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형제 사이에 의심이 시작됐다면 지금까지의 거래 내역부터 정리해 두세요. 고소 이야기가 나왔다면 조사 전에 사용처 자료를 갖추는 것이 먼저이고, 지산은 그 정리와 조사 대응을 함께 준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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