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아이에게 이혼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7.26

상담실에서 가장 오래 침묵이 흐르는 질문은 재산이나 위자료가 아니라 "아이한테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입니다. 법률가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혼 절차 곳곳에서 아이에게 한 말과 아이가 들은 말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는 법적인 관점에서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를 증인으로 만들지 마세요

가장 흔한 실수는 아이에게 누가 잘못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웠다, 엄마가 돈을 다 썼다는 말은 아이를 부모 다툼 한가운데 세웁니다. 아이 문제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가사조사관이 아이를 따로 만나는데, 아이 입에서 어른의 표현이 그대로 나오면 조사관은 누가 그 말을 들려줬는지부터 생각합니다.

누구와 살고 싶은지 아이에게 고르게 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아이가 13세 이상이면 법원은 친권자와 양육자를 정하기 전에 원칙적으로 아이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가사소송규칙 제18조의2), 그것은 법원이 정해진 절차로 듣는 것입니다. 부모가 먼저 묻고 답을 다지면 아이는 한쪽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부담을 오래 안고 갑니다.

무엇을 말하면 좋을까

  • 엄마 아빠가 따로 살기로 했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
  • 앞으로 어디서 살고, 학교는 어떻게 되는지
  • 따로 사는 부모를 언제, 어떻게 만나는지
  • 궁금한 건 언제든 다시 물어봐도 된다는 것

아이들은 이유보다 내일의 생활을 더 궁금해합니다. 이사를 가는지, 친구들과 헤어지는지, 강아지는 누가 키우는지 같은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해 줄수록 불안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생활 계획을 어느 정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사람이 함께 말하는 편이 아이에게 덜 혼란스럽습니다.

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반복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담담해 보이던 아이가 몇 주 뒤에 갑자기 묻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같은 답을 차분히 해 주면 됩니다.

아이가 갑자기 잠을 설치거나 학교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담임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해 보세요. 이혼 사실을 학교에 어디까지 알릴지는 부모가 정할 일이지만, 아이를 가까이에서 보는 어른이 사정을 알면 도움을 받기 쉽습니다. 이런 상담 기록은 나중에 아이를 어떻게 돌봐 왔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만나고 돌아온 날의 대화

따로 사는 부모를 만나고 온 날, 아이는 그날 있었던 일을 신나게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입을 꾹 닫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그쪽 집에서 누가 있었는지, 엄마나 아빠가 내 얘기를 했는지 캐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금세 한쪽 이야기를 다른 쪽에 옮기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되고, 그 긴장이 만남 자체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재밌었는지, 배고프지 않은지 정도로 짧게 묻고 넘어가 주세요.

협의이혼이라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법원의 자녀양육안내를 받아야 하고, 소송이라면 법원이 부모교육이나 상담을 권하기도 합니다. 번거롭게 느껴지더라도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지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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