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이혼 얘기를 꺼내는 날, 하지 말아야 할 말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25이혼 이야기는 대개 준비된 자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말다툼 끝에 튀어나오거나, 오래 참다가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 꺼내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의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상대가 그 대화를 녹음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날 주고받은 메시지가 몇 달 뒤 법정에 제출되기도 합니다.
녹음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상대 동의가 없어도 불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혼을 꺼내는 자리에서는 내 말이 그대로 기록된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가 나서 한 과장,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 아이 앞에서 한 이야기는 나중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조심할 말들이 있습니다. '재산은 하나도 필요 없으니 나가겠다', '아이는 네가 키워라', '위자료 같은 건 안 받는다' 같은 말은 그 순간의 감정이지만, 상대는 그것을 합의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이렇게 말했다면 그 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보관해 두세요. 상대의 잘못을 따지는 말도 날짜와 사실 위주로 짧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긴 비난보다 '그 일 이후로 더는 함께 살기 어렵다'는 한 문장이 훨씬 오래 힘을 가집니다.
그 자리에서 서명하지 마세요
미리 써 온 합의서나 각서를 내밀며 지금 서명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산 목록을 서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쓴 포기 각서는 나중에 효력을 다툴 수는 있어도, 다투는 과정 자체가 부담입니다.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가져와 검토받는 것이 낫습니다. '오늘 서명 안 하면 아이를 못 보게 하겠다'처럼 압박하는 말이 있었다면 그 말도 메모해 두세요. 서명을 둘러싼 사정은 나중에 그 문서의 효력을 따질 때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며 쓴 사과문이나 각서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다시 잘 지내 보기로 하면서 그런 서류를 돌려주거나 찢는 경우가 있는데, 원본은 어디에든 보관해 두세요.
꺼내기 전에 해 둘 일
- 집 주소, 대출, 배우자 직장, 알고 있는 계좌를 목록으로 적어 두기
- 내가 받은 메시지와 내가 참여한 녹음을 다른 곳에 백업하기
- 아이가 없는 시간과 장소 고르기
- 폭력이 있었던 관계라면 혼자 마주 앉지 않기
대화가 끝난 뒤에는 그날 정한 것과 정하지 못한 것을 짧은 메시지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이혼 이야기를 했고, 아이는 당분간 지금처럼 내가 돌보기로 했다' 정도면 충분합니다. 말로만 오간 약속은 몇 주만 지나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마련이고, 이런 메시지가 나중에 사전처분이나 조정에서 출발점이 됩니다. 당장 집을 나갈 생각이라면 나가는 이유와 날짜도 같은 방식으로 남기세요.
이혼을 말하는 순간부터 상대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첫 대화를 어떻게 할지 한 번이라도 상담하고 들어가면 그 뒤의 몇 달이 덜 흔들립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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