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묻는 사람이 다릅니다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26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대표이사들은 ‘현장 소장이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묻곤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만 있던 시절에는 그런 인식이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긴 뒤로는 같은 사고를 두고 두 법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의 조치를 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추락, 끼임, 붕괴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이 의무를 어겨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167조 제1항). 난간이 없었는지, 방호장치가 꺼져 있었는지, 작업계획서가 있었는지처럼 사고 현장과 바로 닿는 사실이 쟁점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체계를 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대표이사 같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이행하라는 의무를 지웁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이행, 행정기관의 개선·시정 명령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가 그 내용입니다(제4조 제1항).

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생기면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제6조 제1항). 하한이 정해진 징역형이라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무게가 다릅니다. 형이 확정된 뒤 5년 안에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르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같은 조 제3항).

도급이나 용역을 준 경우에도 회사가 그 시설이나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다면 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도 같은 의무를 집니다(제5조). 법인도 따로 처벌받아, 사망 사고라면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제7조).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면책됩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사업주, 현장 안전조치 의무,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 형법 업무상과실치사: 현장 관계자 개인의 과실,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안전관리자를 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흔히 듣는 항변이 ‘안전관리자를 채용했고 안전은 그 사람이 맡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 묻는 것은 경영책임자가 인력과 예산을 실제로 배정했는지, 위험성 평가와 점검 결과를 보고받고 개선을 지시했는지입니다. 안전관리자를 둔 것은 출발점일 뿐, 그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무엇을 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2024. 1. 27.부터 이 법이 적용되고 있고, 상시 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만 빠집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기록입니다. 안전보건 회의록, 예산 집행 내역, 점검과 조치 결과를 결재 문서로 남겨 두면 사고가 났을 때 경영책임자가 무엇을 했는지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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