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공사를 멈추기로 한 날, 현장에서 남길 기록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7.21기성금이 두세 번 밀리면 현장을 계속 돌릴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인력과 장비를 넣을수록 못 받을 돈만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사를 멈추는 결정은 그 자체로 새 분쟁의 출발점이 되고, 나중에 그 중지가 정당했는지를 판단받게 된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통보서가 먼저입니다
계약서에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공사를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이 정한 통지 방법과 기간을 그대로 따릅니다. 통보서에는 밀린 기성금의 회차와 금액, 근거 조항, 지급 기한과 그 뒤 중지를 시작하는 날짜를 숫자로 적습니다. 이 통보서가 중지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첫 자료가 되니 감정적인 표현은 빼는 편이 좋습니다.
절차 없이 갑자기 철수하면 건축주가 시공사가 먼저 계약을 어겼다며 지체상금이나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통보서를 쓰기 전에 계약서의 중지·해지 조항부터 다시 읽어 보세요.
하도급업체라면 같은 날 발주자 직접지급 요청도 검토합니다. 원청이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면 직접지급 사유가 되고(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요청서는 발주자가 원청에 대금을 보내기 전에 도착해야 실익이 큽니다.
멈추는 날 아침에 찍을 것
중지 당일에는 층별, 공종별로 시공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깁니다. 같은 위치를 넓게 한 번, 가까이 한 번 찍고 촬영 일시가 남는 원본으로 보관합니다.
- 층별·공종별 시공 사진과 영상
- 현장에 남은 자재·장비 목록과 사진
- 중지 직전까지의 작업일보
- 감리자나 건축주에게 보낸 기성 확인 요청 공문
감리자가 있다면 기성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확인을 받아 두세요. 확인을 거부당하더라도 요청했다는 기록은 남습니다. 이 기록들은 나중에 법원 감정에서 기성고를 정할 때 그대로 쓰입니다. 현장에 두고 나오는 자재는 소유권을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쉬우니, 목록과 사진을 남기고 정산할 때 자재 대금이나 회수 방법을 따로 정해 두세요.
현장을 넘겨 달라는 요구가 오면
건축주가 다른 업체를 들여 공사를 잇겠다며 현장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넘겨주는 순간 현장이 바뀌어 당시 상태를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어지고, 점유를 전제로 한 유치권도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넘기기 전에 기성고를 어떻게 확인할지, 정산은 언제 할지를 서면으로 먼저 합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공사대금의 3년 시효는 계속 흐릅니다. 현장을 지키는 동안에도 지급명령이나 소송, 가압류 같은 절차를 따로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중지 기간이 길어지면 현장 안전도 문제가 됩니다. 가설 펜스와 출입 통제를 누가 맡고 비용은 어떻게 할지 통보서에 함께 적어 두면 사고가 났을 때 책임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금이 지급되면 언제 공사를 재개할지도 밝혀 두세요. 중지가 대금을 받기 위한 조치일 뿐 계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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