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추가 청구 없음' 한 줄이 들어간 정산서를 받았을 때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31

공사가 끝나 갈 무렵 원청이나 건축주가 정산서를 내밉니다. 금액은 대충 맞는 것 같고, 서명해야 잔금이 나온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데 맨 아래 작은 글씨로 '향후 일체의 추가 청구 및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있다면 펜을 잠시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서명 전에 읽어 볼 네 가지

  • 합의 금액에 원계약금액, 설계변경 추가분, 기성 지급액이 모두 반영됐는지
  • 포기 문구가 정산서 전체에 걸려 있는지, 특정 항목에만 걸려 있는지
  • 하자 유보금이나 공제 항목에 근거 서면이 붙어 있는지
  • 지체상금 공제가 들어 있다면 지체일수 계산이 맞는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다툼이 남아 있다면 그대로 서명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서명하고 나면 그 문구의 효력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기 때문입니다.

금액표를 한 장 만들어 보면 빠진 항목이 잘 보입니다. 원계약금액에 변경계약으로 늘어난 금액을 더하고, 지금까지 받은 기성금을 뺀 뒤, 상대방이 공제한 항목을 하나씩 따로 적습니다. 공제 항목마다 근거 서면이 있는지 옆에 표시하면 어디를 다퉈야 하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유보 문구는 항목을 특정해서

상대방이 정산서 수정을 거부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유보 문구입니다. '추가공사비 중 ○○ 공종과 공기연장 간접비는 별도로 정산한다'처럼 남겨 둘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막연히 '이의를 유보한다'고만 쓰면 무엇을 남겨 둔 것인지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깁니다.

유보 문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명을 미루고 이견을 서면으로 회신합니다. 잔금이 급하다면 다툼이 없는 금액만이라도 먼저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보 문구를 넣어 서명했다면 그 정산서 사본을 반드시 받아 두세요. 원본이 상대방에게만 있으면 나중에 문구가 빠진 다른 버전이 나왔을 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서 서명을 요구받는다면

정산 회의 자리에서 바로 서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본을 받아 오는 것이 좋습니다. 사본을 앞에서 만든 금액표와 대조하면 무엇이 빠졌는지 하루 이틀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며칠 검토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하고 당장 서명하라고 한다면 그 경위 자체를 날짜와 함께 메모해 두세요.

하도급 거래라면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없고(하도급법 제11조 제1항), 감액하려면 사유와 기준을 적은 서면을 미리 줘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 그런 서면 없이 깎인 금액으로 정산서가 왔다면 서명 전에 그 근거부터 요구하세요. 깎인 대금을 청구하는 권리도 공사에 관한 채권이라 3년 시효가 적용되니(민법 제163조 제3호), 거래를 이어가느라 청구를 미루더라도 만료일은 따로 적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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