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감정인이 현장에 오는 날, 누가 무엇을 들고 나가야 하나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4.18

건설 소송을 끝까지 치러 본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변론기일보다 감정인이 현장에 왔던 날이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공사대금, 추가공사비, 하자보수비는 대부분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으로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장조사 전에 감정 사항부터 다시 읽습니다

감정인은 법원이 정한 감정 사항에 답합니다. 감정 사항은 신청한 당사자가 초안을 내고 상대방이 의견을 낸 뒤 법원이 정합니다(민사소송규칙 제101조). 현장조사 일정이 잡혔다면 확정된 감정 사항을 다시 읽고, 묻고 싶은 항목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빠졌다면 조사 전에 보충을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감정인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법원이 보내거나 법원 허가를 받아 건넨 자료만 감정의 전제로 써야 합니다(같은 규칙 제101조의2). 현장에서 서류를 손으로 건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필요한 자료는 미리 법원을 거쳐 제출해 둡니다.

법원이 정한 감정료 예납 기한도 확인하세요. 예납하지 않으면 감정이 진행되지 않고 그만큼 소송 전체가 늦어집니다. 조사일까지 현장을 되도록 그대로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급해서 먼저 고친 하자가 있다면 보수 전 사진과 견적서, 시공 사진을 따로 정리해 두어야 감정인이 보수 전 상태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당일 들고 갈 것

  • 다투는 항목을 부위별·공종별로 정리한 항목표
  • 항목마다 위치를 표시한 도면
  • 항목별 사진 대장(촬영일 포함)
  • 계약 도면과 내역서 사본

사람도 중요합니다. 변호사만 나가기보다 그 현장을 시공했거나 하자를 처음 발견한 분이 함께 나가야 부위마다 경위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감정인에게 하는 설명도 그 자리에서 메모해 두세요.

감정서가 어떤 설명을 받아들였는지 대조할 때 씁니다. 조사가 끝나면 그날 저녁 메모를 정리해 변호사와 공유하세요. 감정인이 유독 오래 본 부위, 상대방이 강조한 주장, 미처 보여 주지 못한 항목을 적어 두면 보충 자료를 낼 때 바로 쓸 수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감정인에게 따로 연락하거나 개별적으로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공정성 시비가 붙으면 감정 결과 전체가 흔들립니다. 감정인과 상대방 사이에 거래 관계 같은 사정이 보이면 초기에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사정을 알고도 감정인이 진술한 뒤에는 기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336조).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견은 그 자리에서 짧게 말하고, 자세한 반박은 감정서가 나온 뒤 항목별 의견서로 냅니다.

감정서를 받으면 계산 착오, 단가 적용, 계약 범위 밖 항목이 섞였는지를 하나씩 대조합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에 대해 당사자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당사자는 보완 신청이나 감정인 신문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339조 제3항, 제339조의2).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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