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내용증명,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것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4.11일단 내용증명부터 보내 달라는 부탁을 상담에서 자주 받습니다. 비용이 적고 상대방에게 압박이 되니 첫 단계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다만 보내는 순간 상대방도 준비를 시작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변호사 상담이고, 그다음이 재산 정리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내기 좋은 때와 미루는 편이 나은 때
내용증명은 어떤 문서를 언제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우편입니다. 그 자체로 돈을 받아 내는 힘은 없지만, 독촉한 날짜와 내용을 남기고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쓸모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업을 하거나 신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한 통으로 협의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집을 내놓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중이라면 내용증명은 예고장이 됩니다. 이럴 때는 가압류를 먼저 하고, 재산이 묶인 뒤에 내용증명이나 소송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가압류는 상대방을 부르지 않고 서면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집행된 뒤에야 상대방이 알게 됩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6개월을 계산합니다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내용증명은 시간을 벌어 줍니다. 다만 그 효과는 6개월뿐이고, 그 안에 소송이나 지급명령, 가압류 같은 절차를 밟아야 시효가 중단됩니다(민법 제174조). 여러 번 보낸다고 기간이 계속 늘어나지 않으니, 보내는 날 이미 다음 절차의 날짜를 정해 두어야 합니다.
문구는 짧고 사실 위주로
내용증명은 나중에 소송에서 증거로 법원에 들어갑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표현이나 과장된 경고는 재판부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섞이면 상대방이 그 부분을 붙잡습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명목으로 건넸는지, 얼마를 언제까지 어느 계좌로 보내라는지, 기한이 지나면 어떤 절차를 밟을지만 적으면 충분합니다.
기한은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정도로 잡는 편이 좋습니다. 사흘 안에 전액을 보내라는 식의 요구는 상대방을 협의 자리로 이끌기보다 버티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갚을 날을 정하지 않고 빌려준 돈이라면 내용증명이 법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대여금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돌려 달라고 요구해야 청구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603조 제2항), 기한을 적은 내용증명이 그 요구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상대방 직장이나 가족에게 같은 내용을 보내는 것은 피하세요. 빚 문제를 제3자에게 알리면 명예훼손 시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이 반송돼도 보낸 기록은 남으니 반송된 봉투는 버리지 말고 보관해 두시면 됩니다.
받는 사람 주소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확실하지 않다면 실제로 사는 곳과 직장 주소로 나눠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받았다는 사실이 분명해야 나중에 계약 해지나 이행 요구 같은 효과를 다툴 때 유리합니다. 같은 내용을 문자나 카카오톡으로도 함께 보내 읽음 표시를 남겨 두면 도달을 보여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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