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상담 전날, 사건 일지 한 장을 써 보세요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31상담실에 들어오시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휴대전화부터 꺼내십니다. 대화방을 위아래로 넘기며 이쯤에서 돈을 보냈고 그다음에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 시간을 법률 검토에 쓰려면 상담 전날 저녁에 30분만 들여 사건 일지를 한 장 써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지에는 날짜와 돈만 적습니다
형식은 상관없습니다. 왼쪽에 날짜, 가운데에 있었던 일, 오른쪽에 금액을 적으면 됩니다. 돈을 보낸 날, 갚기로 한 날, 일부를 돌려받은 날, 독촉한 날, 상대방이 답한 날을 빠짐없이 넣으세요.
감정이나 평가는 빼고 사실만 적는 편이 좋습니다.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면 대략적인 시기라도 적고 물음표를 붙여 두세요. 통장 내역이나 대화 기록으로 나중에 맞춰 볼 수 있습니다.
이 한 장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 지연손해금을 언제부터 계산할지, 상대방이 무엇을 다툴지를 바로 짚을 수 있습니다. 날짜 하나가 시효의 기산점이 되기도 하고, 일부를 갚은 기록 하나가 빌린 돈이라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자료는 원본에 가깝게 챙깁니다
- 통장 거래내역은 은행 앱에서 해당 기간 전체를 PDF로 내려받기
- 카카오톡 대화는 캡처와 함께 대화 내보내기 파일로 저장
- 계약서, 차용증, 견적서는 원본이나 스캔본
- 상대방 이름, 전화번호, 알고 있는 주소와 직장, 거래 은행
- 법원이나 상대방에게서 받은 서류는 봉투까지 그대로
통장 내역은 상대방에게 보낸 건만 골라 오시기보다 앞뒤 기간을 함께 가져오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방이 그 돈은 예전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다툴 때 전후 거래 흐름이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봉투를 가져오시라는 것은 서류가 송달된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료를 모으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장을 보내고 나중에 압류까지 하려면 이름과 주소가 정확해야 하고, 생년월일이나 직장, 거래 은행 같은 단서가 있으면 집행 단계에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 오시면 상담에서 무엇을 더 찾아야 할지 함께 정합니다.
불리한 사실도 적어 오세요
일지를 쓰다 보면 빼고 싶은 대목이 생깁니다. 상대방에게 심한 말을 보냈다거나, 이자를 높게 받기로 했다거나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사실일수록 상담에서 먼저 말씀해 주셔야 상대방이 그 점을 꺼냈을 때 대응할 방법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소송이나 고소를 하겠다고 예고한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도 함께 가져오세요.
지산은 대표변호사가 직접 상담하므로 일지를 함께 보며 그 자리에서 순서를 정합니다. 무엇부터 할지, 비용을 들일 만한 사건인지도 그 한 장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지는 상담이 끝난 뒤에도 버리지 마세요. 소송이 시작되면 소장의 청구원인을 쓰는 뼈대가 되고, 사건이 길어질 때 기억을 되살리는 기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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