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수사관 전화를 받은 날, 진료가 끝나고 적어 둘 것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

진료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받아 보니 경찰서 수사관입니다. 사건명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원장님이 적지 않습니다. 첫 통화에서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몇 가지를 정확히 듣고 적어 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통화에서 물어볼 것

  • 담당 수사관 이름, 소속 부서, 직통 번호
  • 사건명과 고소인(고소 사건이라면)
  • 피의자로 부르는지, 참고인으로 부르는지
  • 출석 요구 날짜와 장소
  • 미리 준비해 오라는 자료가 있는지

통화가 끝나면 들은 내용을 날짜와 함께 메모해 두세요. 문자로 온 출석요구는 캡처해 둡니다. 직원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면 연락처만 받아 두게 하고, 원장이 직접 다시 거는 편이 낫습니다. 이 메모가 이후 상담에서 사건의 범위를 가늠하는 첫 자료가 됩니다.

그 자리에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간단히 확인할 것이 있다며 통화로 경위를 묻기도 합니다. 이때 기억에 의존해 길게 설명하면 나중에 기록과 다른 부분이 생기고, 그 차이가 진술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기록을 확인한 뒤 조사에서 정확히 말씀드리겠다고 정중하게 답하면 됩니다.

출석 날짜는 진료 일정과 기록 검토 시간을 이유로 한 번 정도는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락을 피하거나 이유 없이 계속 나가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으니 연락은 이어 가셔야 합니다. 참고인으로 부른다고 해서 가볍게 볼 일도 아닙니다. 참고인 진술도 조서로 남고, 조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화 다음 날부터

해당 환자나 해당 기간의 진료기록, 처방·청구 내역, 근무표를 원본 그대로 두고 사본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 단계에서 기록을 보충하면 진료기록 거짓 수정(의료법 제22조 제3항)으로 새 혐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함께 근무한 의료진과 그때 어땠는지 맞춰 보는 대화도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고, 의사 커뮤니티에 사건 내용을 올리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게시글이 그대로 수사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2026년 10월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 검사가 기소를 맡으면서 검사는 직접 수사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긴 진술과 자료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습니다. 출석 전에 한 번은 변호사와 예상 질문을 맞춰 보고 들어가시길 권합니다.

조사 당일을 위해 미리 챙길 것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면 모든 질문 또는 일부 질문에 진술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진술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다만 의료 사건에서는 설명해야 할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판단 자료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아,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는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당일에는 신분증과 출석요구서, 시간순으로 정리한 경과 메모, 꼭 필요한 진료기록 사본을 챙기세요. 경과 메모를 보면서 답해도 되는지는 조사 시작 전에 수사관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조사는 예상보다 길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그날 진료 일정은 비워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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