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불리한 감정서를 받았을 때 결론보다 먼저 읽을 곳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4.26

의료분쟁에서 감정서는 사건의 방향을 사실상 정합니다. 중재원 조정이든 법원 소송이든 판단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어서 감정 결과에 크게 기댑니다. 그래서 불리한 감정서를 받으면 병원은 결론을 먼저 반박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먼저 볼 곳은 결론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감정서가 깔고 있는 사실

감정인은 받은 기록을 읽고 판단합니다. 투약 시각을 잘못 옮겼거나, 검사 수치를 다른 날짜의 것으로 읽었거나, 간호기록의 한 줄을 빠뜨린 채 판단했다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서의 경과 요약 부분을 진료기록과 한 줄씩 대조하는 작업이 반박의 출발점입니다.

  • 경과 요약의 시각과 수치가 기록과 같은지
  • 감정에 보낸 기록에 빠진 것이 없는지
  • 당시 알 수 있었던 정보와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정보가 섞이지 않았는지
  • 인용한 진료지침이 사고 당시 기준인지

결과를 알고 나서 거꾸로 평가하는 시각도 짚어야 합니다. 사후에 보면 분명했던 징후가 당시에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였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점에 의사 앞에 있던 정보가 무엇이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다시 보여 주는 것이 반박의 중심이 됩니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도 봅니다

감정 결과는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처치가 적절했느냐는 질문과, 당시 상황에서 통상의 의사라면 다른 판단을 했겠느냐는 질문은 다른 질문입니다. 감정 의뢰 사항이 사건의 쟁점을 제대로 짚었는지 확인하고, 빠진 질문이 있으면 보충 질의를 요청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형사 사건이라면 수사기관이 감정 의뢰 사항을 정하므로, 의뢰하기 전에 의견서로 쟁점을 미리 알려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절차별로 다투는 방법

중재원 사건이라면 감정서 열람·복사를 신청하고(의료분쟁조정법 제38조), 틀린 부분을 자문 소견과 함께 조정부에 의견서로 냅니다. 조정결정이 나와도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감정이 불리하다고 서둘러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동의 여부를 알리지 않고 기한을 넘기면 동의한 것으로 보니(제36조 제2항) 날짜는 꼭 챙기세요.

법원 소송이라면 감정인에게 보완 감정을 요청하거나 다른 기관에 재감정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감정이 불리하게 나왔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전제 사실부터 대조해 의견서를 냅니다. 어느 쪽이든 감정이 틀렸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디가 왜 틀렸는지 기록과 문헌으로 보여 줘야 받아들여집니다.

반박 의견서에는 같은 분야 다른 의사의 자문 소견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문을 구할 때는 결론을 미리 정해 두고 맞춰 달라고 하기보다, 기록 전체를 보내고 당시 판단이 통상의 범위 안이었는지를 묻는 편이 소견의 무게가 큽니다. 감정서가 병원에 유리하게 나왔을 때도 전제 사실은 똑같이 확인해 두세요. 상대방이 그 부분을 들어 다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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