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인감도장 맡겨 달라는 형제에게 답하기 전에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3.16"내가 은행이랑 등기소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도장이랑 인감증명서만 보내." 형제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말입니다. 바쁜 형제를 대신해 한 사람이 서류를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대부분은 선의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한 번 인감이 찍히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문서이고, 등기와 예금 이전이 모두 이 한 장으로 끝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도장을 맡긴 뒤 등기소에서 처음 협의서를 봤다는 분, 생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분을 생각보다 자주 만납니다.
도장보다 협의서를 먼저 받으세요
협의서에는 상속인 전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재산마다 누가 가질지가 적히고, 전원이 인감도장을 찍은 뒤 인감증명서를 붙입니다. 이 서류 한 장으로 등기도, 은행 예금 이전도 진행됩니다. 그러니 도장을 건네기 전에 내가 서명할 협의서의 완성본을 먼저 받아 읽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읽을 때는 재산 목록에 빠진 것이 없는지, 부동산 지번과 지분이 맞는지, 빚은 누가 떠안는지를 봅니다. 나중에 발견된 재산은 어떻게 할지, 정산금을 받기로 했다면 금액과 지급일이 적혀 있는지도 확인하세요. 말로 약속한 내용이 협의서에 없다면 그 약속은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협의서는 원칙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합의라서, 서명한 뒤에 몰랐다고 주장해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대가 증여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겨 속인 경우처럼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야 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
직접 찍고, 원본을 나눠 갖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내용을 확인한 협의서에 내가 직접 날인하는 것입니다. 꼭 한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됩니다. 협의서를 우편이나 직접 전달로 돌려가며 각자 찍어도 효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외에 사는 형제가 있다면 영사관 서명인증이나 현지 공증이 필요할 수 있으니, 그 형제에게는 일정을 넉넉히 알려 주세요.
- 여러 장이면 장마다 간인이 찍혔는지 확인하기
- 빈칸이나 나중에 채울 부분이 남은 협의서에는 찍지 않기
- 상속인 수만큼 원본을 만들어 한 부는 내가 보관하기
- 인감증명서를 보낼 때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보냈는지 메모해 두기
이미 맡겨 버렸다면
도장을 맡긴 뒤 연락이 뜸해졌다면 등기부부터 확인해 보세요. 인터넷등기소에서 부모님 명의였던 부동산의 등기사항증명서를 떼면 누구 앞으로, 어떤 원인으로 넘어갔는지 바로 보입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은 내용으로 협의서가 만들어졌다면 등기 말소를 다투고 형사 문제도 검토하게 됩니다.
형제를 의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용을 확인하고 각자 찍는 습관은 나중에 형제 사이를 지키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협의서 초안을 받았는데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도장을 찍기 전에 사진으로 보내 검토를 받아 보셔도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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