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자필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흔한 이유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10.04자녀들 다툼을 막으려고 유언장을 미리 써 두겠다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가장 많이 택하는 방식이 자필증서 유언인데, 비용이 들지 않고 혼자 쓸 수 있다는 장점만큼 무효 다툼도 많습니다.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이 법이 정한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내용이 고인의 진심이라는 사실이 분명해도 방식이 틀리면 결론은 같습니다.
다섯 가지를 모두 직접
제1066조가 요구하는 것은 유언 내용 전체와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을 찍는 것입니다. 무효 다툼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을 요건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용 전체: 컴퓨터로 출력한 뒤 서명만 한 것은 자필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받아 적어 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연월일: 2026년 10월처럼 일을 빠뜨리면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어 무효가 됩니다.
- 주소: 판례는 주소를 적지 않은 유언장을 무효로 보았습니다.
- 성명: 유언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직접 씁니다.
- 날인: 서명만 하고 도장을 찍지 않으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인감일 필요는 없고 지장도 날인으로 봅니다.
고친 흔적이 문제가 될 때
다 쓴 뒤 일부를 고치고 싶다면 글자를 넣거나 지우거나 고친 부분에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제1066조 제2항). 줄을 긋고 새로 쓰기만 했다면 고친 부분의 효력이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고칠 곳이 여러 군데라면 처음부터 새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새 유언장을 쓰면 앞의 유언과 부딪치는 부분은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제1109조).
보관도 방식만큼 중요합니다. 금고 깊숙이 넣어 두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발견한 가족이 불리하다고 여겨 숨기는 일도 생깁니다.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숨기거나 없앤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하지만(제1004조 제5호), 숨긴 사실은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보관 사실을 알려 두거나 유언집행자를 함께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방식을 갖춰도 남는 쟁점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작성 당시 유언자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는지는 따로 다툴 수 있습니다. 자필 유언은 사망 뒤 가정법원의 검인을 거쳐야 등기나 예금 이전에 쓸 수 있는 경우가 많고, 검인기일에 다른 상속인이 필체를 문제 삼으면 집행이 늦어집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지 못한 자녀와 배우자의 유류분이 남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다툼이 예상되는 집안이라면 공증인이 관여하는 공정증서 유언이 낫습니다. 그래도 자필로 쓰겠다면 다섯 가지를 다시 확인하고, 재산은 등기부와 통장에 적힌 그대로 특정해 두세요. 필체 다툼에 대비해 평소 쓴 편지나 수첩을 함께 보관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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