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형제끼리 상속 이야기, 첫 자리에서 정할 세 가지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2.09

부모님 재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분이 많습니다. 사십구재도 안 지났는데 돈 이야기냐는 말을 들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속에는 3개월, 6개월처럼 가족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는 기한이 있고, 미루는 사이 서로에 대한 오해만 쌓이기도 합니다. 첫 자리를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협의로 끝날 일이 소송으로 가기도 합니다.

첫째, 같은 목록을 보기

첫 모임의 목표는 나누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안심상속 조회 결과와 등기부, 알고 있는 예금과 보험, 빚을 한 장의 표로 만들어 모두에게 똑같이 보여 주세요. 정보가 한쪽에만 있으면 아무리 공정하게 나눠도 숨겼다는 의심이 남습니다.

부모님 통장을 관리하던 형제가 있다면 최근 몇 년의 거래 내역을 먼저 내보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내역 공개를 미루면 그 자체가 다툼의 씨앗이 됩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누구에게 무엇을 해 주셨는지도 이 단계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감정 섞인 말 대신 언제, 얼마, 어떤 방식이었는지를 사실대로 적어 두세요. 결혼자금이나 집 같은 생전 증여는 나중에 실제 몫을 계산할 때 다시 더해지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연락 창구와 기한을 정하기

은행, 등기소, 세무사와 연락할 사람을 한 명 정하고, 그 사람이 진행 상황을 단체방에 공유하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동시에 모두가 알아야 할 날짜를 함께 적어 둡니다.

  • 상속포기·한정승인 여부를 정할 마감일(안 날부터 3개월)
  • 상속세 신고기한(돌아가신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 9개월)
  • 부동산 취득세 신고기한(상속세와 같은 6개월)
  • 다음 모임 날짜

셋째, 결정은 글로 남기기

모임에서 합의한 내용은 짧게라도 문서로 정리해 모두에게 보내세요. 누가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다음에 무엇을 확인할지 정도면 충분합니다. 보낸 메시지에 다들 확인했다는 답을 받아 두면 더 좋습니다.

말로 한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르게 기억합니다. 최종 합의는 결국 상속재산분할협의서로 만들어야 하지만, 그 전 단계의 메모도 나중에 무엇을 합의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가족 단체방에 특정 형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거나, 화가 나서 다 필요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입니다. 그런 글은 지워지지 않고, 나중에 상속분을 포기한 것처럼 읽히거나 감정싸움의 증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첫 모임에서 결론까지 내려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자료를 보고, 기한을 공유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한 셈입니다. 끝내 의견이 갈리면 그때 가정법원 조정이라는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조정에 가더라도 첫 모임에서 만든 재산 목록과 메모는 그대로 출발점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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