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고인의 재산에 손대면 상속포기가 막히는 이유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11민법에는 상속인의 속마음과 상관없이 상속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습니다. 제1026조의 법정단순승인입니다. 여기에 걸리면 빚이 재산보다 훨씬 많아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며 무심코 한 일이 몇 달 뒤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법이 단순승인으로 보는 세 가지
-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제1호)
-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때(제2호)
-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한 뒤 상속재산을 숨기거나 부정하게 써 버리거나 일부러 재산목록에 적지 않은 때(제3호)
무엇이 처분이 되나
고인 예금을 찾아 생활비로 쓰는 일, 고인 차를 팔거나 내 명의로 옮기는 일, 고인이 돌려받을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형제끼리 나누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장례비처럼 사회 통념상 상당한 범위의 비용을 상속재산에서 낸 것은 처분으로 보지 않은 판례가 있지만, 금액과 쓰임새를 영수증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장례비라도 액수가 과하거나 남은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6년 9월 11일부터는 사망신고 다음 날부터 고인 명의 금융거래가 차단됩니다. 급한 장례비와 병원비는 금융회사가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직접 보내는 예외 인출을 이용하면 상속인 손을 거치지 않아 처분 논란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처분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돈이 있습니다. 배우자나 자녀를 수익자로 정해 둔 사망보험금, 국민연금 유족연금처럼 법이 받을 사람을 정해 둔 급여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자신의 재산이어서 원칙적으로 받아도 단순승인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보험 수익자가 고인 본인으로 되어 있다면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이니 증권부터 확인하세요.
사실 가장 흔한 단순승인은 제2호입니다. 아무 신고도 하지 않고 3개월을 보내면 그대로 단순승인이 됩니다. 재산 조회 결과를 기다리다 기한을 넘기는 일이 적지 않으니, 결과가 늦어진다면 기간이 끝나기 전에 연장 청구부터 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포기한 뒤에도 끝난 게 아닙니다
제3호는 포기나 한정승인이 수리된 뒤에 적용됩니다. 고인 집에 있던 귀금속이나 현금을 슬쩍 챙기거나, 한정승인 재산목록에서 알고 있던 예금을 뺐다면 단순승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포기한 사람도 그 포기로 상속인이 된 사람이 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자기 재산과 같은 주의로 관리를 계속해야 합니다(제1044조).
고인 통장에서 이미 돈을 옮겼다면 숨기기보다 언제,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처분인지 아닌지는 결국 그 기록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현금이 있다면 따로 보관해 두고, 쓴 돈의 영수증은 장례식장과 병원별로 모아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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