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고인이 살던 월셋집과 가게, 정리하다 단순승인이 되지 않으려면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25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유품을 정리하고 방을 비워 달라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하던 가게에는 재고와 설비가 그대로 있고, 거래처는 물건값을 언제 줄 거냐고 묻습니다.

빚이 많을지도 몰라 상속포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시기의 정리가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선의로 한 정리가 뒤에 단순승인의 근거가 되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받지 않습니다

고인이 세입자였다면 임대차보증금은 상속재산입니다. 집주인이 밀린 월세를 빼고 남은 돈을 내주겠다고 해도, 그 돈을 받아 형제끼리 나누거나 장례비 외 용도로 쓰면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 단순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포기나 한정승인을 생각하는 중이라면 보증금 정산은 절차가 정해진 뒤로 미루자고 집주인에게 설명하세요.

상속인이 모두 포기해 상속인이 분명하지 않게 되면, 집주인 같은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53조). 집주인 입장에서도 길이 있다는 점을 알려 드리면 대화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통화보다는 문자로 상황을 설명해 두면, 나중에 가족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보여 주는 기록도 됩니다.

유품 정리와 처분은 다르게 봅니다

옷가지나 생활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 값나가는 가전이나 귀금속, 차량을 팔거나 가져가 쓰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뒤쪽은 처분이 될 위험이 크고, 고인 차량을 내 명의로 옮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계가 애매한 물건이라면 버리거나 나누기 전에 사진을 찍고 목록을 만들어 한곳에 보관해 두세요. 집을 비워야 하는 날짜가 급하다면 짐을 창고로 옮겨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 든 비용과 영수증도 따로 모아 두세요.

상속을 포기한 사람도 그 포기로 상속인이 된 사람이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재산 관리를 계속해야 합니다(민법 제1044조). 병원에서 받은 지갑의 현금도 마찬가지로, 쓰지 말고 날짜와 금액을 적어 보관했다가 넘겨주면 됩니다.

가게가 있다면 문을 닫기 전에

  • 재고와 설비를 팔거나 거래처에 넘기기 전에 승인·포기 방향부터 정하기
  • 장부, 사업용 통장, 세금 신고 자료, 미지급 거래처 목록 확보하기
  • 가게를 이어서 운영할 계획이라면 그 전에 한정승인을 검토하기
  • 임대인과 거래처에 상속 절차 중이라는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기

개인사업자의 사업 빚은 고인 개인의 빚이어서 가게를 닫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거래처가 물건값을 달라고 해도 상속재산에서 먼저 갚지 마세요.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공고를 거쳐 비율대로 나눠 갚아야 하는데, 그 전에 한 곳에만 갚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를 서두르다 단순승인이 되는 것보다, 2~3주 늦더라도 순서를 지키는 편이 결과적으로 가족을 지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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