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이혼소송 중에도 한집에 살아야 한다면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3.24

소장을 주고받은 부부가 여전히 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같은 현관을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당장 얻을 집이 없거나, 아이 학교 때문에, 또는 먼저 나가면 불리하다는 말을 들어서입니다. 한집에서 소송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몇 달 동안 생기는 일들이 고스란히 소송 기록에 더해진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상대를 내보낼 수 있을까

집이 내 명의라도 소송 중인 배우자에게 나가라고 강제할 방법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짐을 밖에 내놓으면 오히려 새로운 다툼과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폭력이나 위협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때는 112 신고와 함께 경찰의 긴급임시조치, 법원의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으로 집에서 내보내거나 접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폭력까지는 아니지만 함께 지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전처분으로 생활 방식을 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를 누가 돌볼지, 생활비를 어떻게 나눌지를 법원이 임시로 정해 주면 매일 부딪힐 일이 줄어듭니다.

한집에서 지킬 원칙

  • 중요한 이야기는 말 대신 짧은 메시지로 남기기
  • 아이 앞에서는 소송 이야기와 다툼을 하지 않기
  • 상대 방과 서랍, 휴대전화, 우편물에 손대지 않기
  • 생활비와 공과금을 누가 얼마 냈는지 달마다 적어 두기

말다툼이 시작되면 녹음 버튼부터 누르고 싶어지지만, 상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그 녹음에는 내 목소리도 함께 담깁니다. 감정이 올라오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일 때가 많습니다.

생활비 문제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한쪽이 갑자기 카드를 정지시키거나 공과금 이체를 끊으면 그날부터 새로운 다툼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누가 무엇을 내 왔는지 적어 두고,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메시지로 제안해 기록을 남기세요. 상대가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끊었다면 그 기록이 사전처분을 신청할 때 근거가 됩니다.

같은 집에 살면 상대가 내 물건이나 서류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상담 기록, 증거 사본, 변호사와 주고받은 메일은 집에 두지 말고 따로 보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용 컴퓨터에 로그인한 채로 두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아이 돌봄 기록은 계속됩니다

한집에 사는 동안에도 아이를 누가 돌보는지는 계속 기록됩니다. 아이 문제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가사조사에서 소송 중의 생활도 묻습니다. 소송이 시작됐다고 평소 하던 등하원이나 식사를 상대에게 미루면, 그 몇 달이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갑자기 아이 일에 나서기 시작했다면 그 시점도 적어 두세요.

언제 따로 나갈지는 생활비와 아이 문제, 재산 정리와 함께 정해야 합니다. 나가게 되면 그 날짜와 이유를 메시지로 남기고, 아이를 어떻게 할지 먼저 정한 뒤 움직이세요. 오래 별거하는 동안 한쪽이 혼자 모은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 별거 시작일은 나중에도 의미를 갖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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