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판결까지 1년, 사전처분으로 버티는 법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14

소장을 낸 날부터 판결까지는 짧아도 몇 달, 길면 1년이 넘습니다. 그동안 생활비가 끊기거나 아이를 누가 돌볼지를 두고 날마다 부딪힌다면 소송보다 그 사이의 생활이 더 힘듭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절차가 사전처분입니다.

무엇을 임시로 정할 수 있나

가사소송법 제62조는 소를 내거나 조정을 신청한 뒤, 사건을 해결하는 데 특히 필요하면 법원이 임시로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혼 사건에서는 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신청합니다.

  • 판결 때까지 아이를 돌볼 임시양육자 지정
  • 매달 보낼 임시 양육비와 생활비
  • 비양육 부모의 면접교섭 방법
  • 집이나 재산의 현재 상태를 바꾸지 말라는 명령

사전처분은 소송이나 조정 신청이 있어야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가 이미 끊긴 상태라면 소장이나 조정신청서를 낼 때 함께 신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급박한 경우에는 재판장이 단독으로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신청하면 법원은 대개 양쪽을 불러 심문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듣고 결정합니다. 상대가 먼저 사전처분을 신청해 왔다면 내 쪽 사정을 담은 의견서와 자료를 기한 안에 내야 합니다. 결정에 불복하려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집행력은 없지만 제재는 있습니다

사전처분에는 집행력이 없습니다(같은 조 제5항). 상대가 임시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이 결정으로 바로 월급을 압류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처분을 어기면 법원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67조 제1항). 상대가 지키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그 기록은 본안에서 양육자 판단이나 위자료에도 영향을 줍니다.

재산을 실제로 묶어 두어야 한다면 사전처분이 아니라 가압류나 가처분을 써야 합니다(같은 법 제63조). 두 절차는 목적이 달라서, 생활을 정하는 일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나눠 생각하면 무엇을 신청할지가 분명해집니다.

준비하면 결정이 빨라지는 자료

임시 생활비와 양육비를 정하려면 한 달에 실제로 드는 돈을 항목별로 보여 줘야 합니다. 월세나 관리비, 식비, 아이 학원비와 병원비를 표로 만들고, 상대 소득을 짐작할 수 있는 급여일이나 직장 정보도 함께 냅니다. 임시양육자 지정이라면 지금까지 누가 아이를 돌봐 왔는지를 보여 주는 등하원 기록, 병원 기록, 알림장이 중요합니다.

면접교섭을 임시로 정해 달라고 할 때는 횟수만 적지 말고 요일과 시간, 아이를 건네는 장소, 숙박 여부, 영상통화까지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결정문이 흐릿하면 그 문장을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아이가 어리거나 오래 만나지 못했다면 짧은 낮 시간 만남부터 시작해 늘려 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전처분 결정은 판결까지의 임시 질서이지만, 그 기간에 만들어진 생활이 판결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몇 달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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