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숙려기간 석 달, 기다리기만 하면 아까운 이유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3.04"신청은 했고, 이제 석 달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협의이혼 신청서를 내고 나온 분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법원 안내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없으면 1개월이 지나야 이혼 의사를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민법 제836조의2 제2항). 이 기간은 다시 생각해 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이혼 뒤의 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합니다.
협의서와 합의서는 다른 문서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친권자와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을 적은 협의서를 법원에 내야 합니다. 신청할 때 내지 못했다면 확인기일 1개월 전까지는 내야 하고, 늦으면 기일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판사는 확인기일에 이 협의서가 아이에게 맞는지 보고 고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집과 예금, 대출을 어떻게 나눌지는 부부가 따로 쓰는 합의서에 담아야 합니다. 숙려기간은 이 합의서를 차분히 다듬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금액과 지급일, 집을 넘기는 날짜, 나머지 재산은 각자 명의대로 한다는 문장까지 들어갔는지 확인하세요.
이 기간에 해 둘 일
- 집 대출을 넘겨받을 쪽이 은행에서 명의 변경을 승인받을 수 있는지 미리 물어보기
- 돈을 나중에 받기로 했다면 공정증서로 만들지 정하기
- 아이 학교와 주소, 이사 시기를 정하고 전입 일정 따져 보기
- 자녀가 있다면 법원의 자녀양육안내를 받았는지, 참석확인서를 냈는지 확인하기
대출 승계는 부부가 합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은행이 넘겨받는 사람의 소득과 신용을 보고 거절하면 합의서의 조건이 처음부터 흔들립니다. 그래서 확인기일 전에 은행 답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은행이 거절할 때 어떻게 할지도 합의서에 한 줄 넣어 두세요.
아이에 관해서도 협의서에 적은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해 둘 일이 많습니다. 면접교섭을 '월 2회'로만 적었다면 몇 시에 어디서 아이를 건네는지, 방학과 명절에는 어떻게 하는지를 이 기간에 서로 맞춰 보세요. 이혼 직후 첫 몇 달의 면접교섭이 어떻게 시작되느냐에 따라 그 뒤의 관계가 많이 달라집니다.
마음이 바뀌는 쪽이 생긴다면
숙려기간 중에 상대가 조건을 바꾸자고 하거나 연락을 끊는 일도 있습니다. 확인기일에 상대가 두 번 나오지 않으면 신청은 취하된 것으로 처리되고, 협의이혼을 다시 신청해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기 쉽습니다. 이런 낌새가 보이면 조정으로 바꾸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세요. 조정에는 숙려기간이 없고, 성립하면 조정조서로 돈과 양육비를 강제집행할 수 있습니다.
폭력처럼 석 달을 기다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사유서와 자료를 내 숙려기간을 줄이거나 면제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더라도, 이 기간을 잘 쓰면 이혼 뒤에 다시 법원에 갈 일이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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