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별거 중 생활비, 요구하지 않은 달은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10.04별거를 시작한 뒤 생활비가 끊겼는데도 몇 년을 참고 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이 때문에, 혹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연락조차 하지 않고 혼자 감당한 것입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그동안의 생활비를 한꺼번에 받으려 할 때 예상하지 못한 벽을 만나게 됩니다.
따로 살아도 부부입니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가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정하고, 제833조는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함께 부담하도록 합니다. 이 의무는 이혼이 확정될 때까지 이어집니다. 별거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생활비를 끊을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7. 8. 25.자 2014스26 결정은 부부 사이의 부양이 자기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의 생활을 유지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먹고사는 만큼 상대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하라는, 꽤 높은 수준의 의무입니다.
과거 부양료는 요구한 이후분만
문제는 지난 생활비입니다. 같은 결정은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부양을 요구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이후의 것만 청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몇 년 동안 혼자 감당했더라도 요구한 기록이 없다면 그 기간의 생활비는 받기 어렵습니다.
이 결정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생활비가 끊긴 날부터가 아니라 달라고 요구한 날부터 시계가 돌아갑니다. 그래서 생활비가 끊기면 날짜와 필요한 금액을 적어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요구해 두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짧은 문자 한 통이라도 날짜가 남아 있으면 기준점이 됩니다.
요구할 때는 감정을 섞기보다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 달부터 생활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월세와 아이 학원비를 포함해 매달 얼마가 필요하니 언제까지 보내 달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상대가 답하지 않거나 거절했다면 그 화면도 함께 보관해 두십시오. 같은 요구를 몇 달 간격으로 반복해 두면 상대가 의무를 알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누가 왜 나왔는지도 봅니다
별거의 경위도 따집니다. 폭력이나 폭언을 피해 집을 나왔다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쉽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나가 연락을 끊었다면 부양료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같이 살면서도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라면 별거 여부와 상관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생활비가 끊긴 날짜와 그 전의 지급 내역
- 생활비를 요구한 문자, 메신저, 내용증명
- 집을 나오게 된 경위를 보여 주는 기록
- 월세, 관리비, 아이 학원비와 병원비 같은 지출 내역
금액은 두 사람의 소득과 재산, 혼인 중의 생활 수준, 아이를 누가 데리고 있는지를 보고 정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면 아이 몫은 양육비로, 배우자 몫은 부양료로 나눠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생활비를 우선 지급하라는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이혼이 확정되면 부양의무도 끝나므로, 그 뒤의 생활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비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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