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빚이 재산보다 많은 부부의 재산분할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01

"나눌 것도 없고 빚만 있는데 재산분할을 할 수 있나요?" 경기가 어려울수록 이런 질문이 늘어납니다. 집은 대출이 대부분이고, 생활비 때문에 카드론과 신용대출까지 쌓였다면 이혼하면서 이 빚을 누가 떠안느냐가 오히려 더 큰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기각되던 청구였습니다

과거 법원은 부부의 채무가 적극재산보다 많아 나눌 재산이 없으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재산분할은 재산을 나누는 제도이지 빚을 나누는 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대법원은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입장을 바꿨습니다. 부부가 함께 진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 결국 채무를 나누는 결과가 되더라도, 사정에 따라 채무를 분담하게 하는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 이후로는 빚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가 막히지 않습니다.

모든 빚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분담 대상이 되는 것은 혼인생활을 위해 생긴 채무입니다. 주거를 마련하기 위한 대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로 쓴 대출, 부부가 함께 운영한 가게의 운영자금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한쪽이 도박이나 개인적인 투자, 다른 사람에게 몰래 빌려준 돈 때문에 진 빚은 원칙적으로 그 사람이 부담합니다.

경계에 있는 빚도 많습니다. 배우자가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다 생긴 손실을 메우려 대출을 받았다면, 그 투자가 가계를 위한 것이었는지 혼자만의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상대에게 투자 사실을 알렸는지, 수익이 생활비로 쓰인 적이 있는지 같은 사정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같은 판결은 채무를 나눌 때도 무조건 똑같이 나누지 않고, 채무가 생긴 경위와 그 사용처, 각자의 경제적 능력과 앞으로의 생활을 함께 보도록 했습니다. 소득이 거의 없는 쪽에 빚을 떠안기는 결론이 아이 양육이나 생계를 위협한다면 그 사정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빚이 지나치게 많아 이혼 뒤 어느 쪽도 감당하기 어렵다면 재산분할과 별도로 개인회생이나 파산 같은 채무 정리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혼 조건을 먼저 정해 버리면 채무 정리 절차에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있어 순서를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빚의 성격을 증명하는 자료

  • 대출 약정서와 대출금이 들어간 계좌, 그 돈이 쓰인 곳
  • 카드 명세서 가운데 생활비·교육비·병원비로 쓴 내역
  • 부부가 함께 운영한 사업이라면 사업자 명의와 매출·지출 장부
  • 상대가 빚을 숨기거나 따로 진 사정을 보여 주는 대화

한 가지 짚어 둘 점은, 법원이 부부 사이의 분담을 정해도 은행 같은 채권자에게는 그대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 명의 대출을 상대가 갚기로 정했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나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이 있는 집을 한쪽이 갖는 경우에는 명의를 바꾸는 대환대출이 가능한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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