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이혼 상담 가기 전날, 메모 한 장이면 됩니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09"무엇을 챙겨 가야 하나요?" 상담 예약을 잡을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통장 내역을 몇 년 치 뽑아야 하는지, 카톡을 전부 출력해야 하는지 묻는 분도 있습니다. 첫 상담에서 필요한 것은 자료 더미가 아니라 사건의 뼈대입니다. 서류 상자를 들고 오셔도 결국 그 안에서 날짜와 재산을 다시 골라내는 일부터 하게 됩니다.
한 장에 적을 세 가지
메모는 A4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맨 위에는 혼인신고를 한 해, 아이 나이, 지금 같이 사는지 따로 사는지를 적습니다. 가운데에는 관계가 나빠진 일을 날짜순으로 한 줄씩 씁니다. 감정 표현은 빼고 '2024년 3월 시댁 문제로 다툰 뒤 각방'처럼 사실만 적어 두면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편합니다.
아래쪽에는 재산과 빚을 적습니다. 집 주소, 대출이 있는 은행, 배우자 직장과 대략적인 입사 연도, 알고 있는 증권사나 보험사 이름 정도면 됩니다. 금액은 몰라도 괜찮습니다. 상대 명의 재산은 소송이 시작되면 재산명시나 재산조회로 확인할 길이 있어서, 첫 상담에서는 어디에 무엇이 있을 것 같다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아이가 있다면 뒷면에 아이의 하루를 적어 보세요. 등원과 하원은 누가 하는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사람은 누구인지, 학교 상담에는 누가 가 왔는지 정도면 됩니다. 결혼할 때 양가에서 받은 돈이나 결혼 전 각자 모아 둔 돈이 있었다면 그것도 한 줄 적어 두세요. 재산분할에서 생각보다 자주 다툼이 되는 부분입니다.
봉투째 가져오면 좋은 서류
- 혼인관계증명서(상세)와 가족관계증명서
- 법원에서 받은 서류가 있다면 받은 봉투까지 그대로
- 진단서, 112 신고 내역처럼 이미 손에 있는 자료
- 이혼 이야기가 오간 메시지 가운데 중요한 몇 장의 캡처
녹음 파일이 여러 개라면 파일을 모두 들고 오기보다 날짜와 핵심 발언이 나오는 시간을 적어 오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소장을 보냈다면 받은 날짜를 꼭 메모해 오세요. 답변서 기한 30일이 그날부터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 꼭 물어볼 것
상담은 듣는 자리이면서 묻는 자리입니다. 협의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인지, 가압류처럼 서둘러야 할 일이 있는지, 지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이 세 가지는 꼭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집을 지키는 것, 아이와의 생활, 빠른 정리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스스로 한 번 정해 보고 오시면 방향을 잡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연락받을 방법도 미리 정해 두세요. 아직 배우자와 한집에 산다면 집으로 우편이 가거나 저녁 시간에 전화가 오는 것이 곤란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은 비밀로 지켜지지만, 연락 시간과 방법은 처음에 말씀해 주셔야 그에 맞출 수 있습니다.
자료가 덜 모였다고 상담을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무엇을 더 모아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도 첫 상담에서 얻어 가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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