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고문계약 첫 달, 회사가 변호사에게 넘겨야 할 서류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08고문계약을 맺고 나면 회사는 대개 “이제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첫 질문이 오기 전에 변호사가 회사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답의 속도와 깊이가 꽤 달라집니다. 첫 한 달은 그 바탕을 까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보내 주시면 좋은 서류
담당 변호사가 가장 먼저 읽는 것은 정관과 법인등기부등본, 주주명부입니다. 누가 회사의 주인이고 무엇을 누가 결정하는지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다음이 회사가 실제로 쓰는 계약서 양식과 취업규칙입니다.
- 정관, 법인등기부등본(말소사항 포함), 주주명부
- 자주 쓰는 공급·용역·비밀유지·근로계약서 양식
- 취업규칙과 징계 관련 규정
- 투자계약이나 주주간계약이 있다면 그 사본
-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끝난 분쟁 목록
서류를 한꺼번에 모으기 어렵다면 정관과 등기부만 먼저 보내셔도 됩니다. 읽다 보면 이 단계에서 이미 고쳐야 할 조항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은 질문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회사 내부 자료를 외부에 넘기는 것이 꺼려진다는 분도 계십니다.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지고(변호사법 제26조),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자료는 주고받는 방법과 보관 방법을 처음에 따로 정합니다. 계약이 끝난 뒤 자료를 돌려받을지 파기할지도 이때 함께 적어 두면 좋습니다.
연락 창구는 한 사람으로
질문이 대표, 영업팀장, 인사 담당자에게서 따로 오면 같은 거래처 문제를 두 번 검토하거나 서로 다른 답을 들고 가는 일이 생깁니다. 회사 안에서 변호사와 연락할 담당자를 한 명 정해 두시면 기록도 한곳에 쌓입니다. 급한 일은 전화로 먼저 알리고 자료는 메일로 보내는 식으로 방식까지 정해 두면 편합니다.
질문을 보낼 때는 배경, 기한, 원하는 결과를 세 줄로 적어 주시면 답이 빨라집니다. 서명 날짜가 잡힌 계약서라면 그 날짜를 함께 알려 주세요.
놓치기 쉬운 날짜를 미리 적어 둡니다
첫 달에 함께 만드는 것 가운데 쓸모가 큰 것이 회사 일정표입니다. 정기주주총회 시기, 이사와 감사의 임기 만료일, 주요 계약의 갱신·해지 통지 기한을 한 장에 모읍니다. 임원이 바뀌면 2주 안에 변경등기를 해야 하는데(상법 제317조 제4항, 제183조), 이런 기한은 회사가 바쁠 때 가장 먼저 잊힙니다.
일정표를 만들다 보면 회사가 오래 써 온 표준계약서를 다시 보게 됩니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받은 양식을 고치지 않고 쓰고 있거나, 양식끼리 손해배상 조항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는 일이 흔합니다. 첫 달에 자주 쓰는 양식 두세 개를 손봐 두면 그 뒤 검토 요청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정기 자문의 가치는 결국 변호사가 회사를 계속 알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첫 달에 서류와 일정을 넘겨 두면, 그 뒤로는 질문할 때마다 처음부터 설명할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기업 칼럼 더 보기
기업
“갚겠다”며 내민 횡령 직원의 합의서, 서명 전에 볼 것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에 서둘러 합의서에 서명하면 아직 확인하지 못한 피해까지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꼭 들어갈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4기업
범칙조사 확인서, 서명하기 전에 다시 읽을 단어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바뀌면 확인서와 심문조서가 그대로 형사 기록이 됩니다. 서명 전에 볼 표현과 이견을 남기는 방법을 적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기업
대표이사 교체 통보, 사직서에 서명하기 전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은 날 사직서부터 쓰면 받을 수 있던 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임과 해임의 차이와 지금 챙길 서류를 정리했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