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물품 대금 시효는 5년이 아니라 3년일 수 있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5.17회사 미수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거래 채권은 5년’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상법 제64조는 상행위로 생긴 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정합니다. 문제는 같은 조문 단서입니다. 다른 법령에 더 짧은 시효가 있으면 그 규정을 따릅니다.
민법에 있는 3년짜리 시효
민법 제163조는 3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채권을 나열합니다. 회사 실무와 닿는 항목만 추려도 적지 않습니다. 생산자와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과 상품의 대가, 수공업자와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공사를 도급받은 사람의 공사에 관한 채권,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사용료와 이자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니 제조업체의 납품 대금이나 도소매업체의 외상 판매 대금은 3년 안에 조치해야 할 수 있습니다. 매달 받기로 한 장비 사용료도 짧은 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항목에 들어가는지는 거래 내용을 보고 따져야 하므로, 장부에 ‘미수금’ 한 줄로 묶어 두면 위험합니다.
- 상인이 판 상품 대금,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은 3년
- 공사를 도급받은 쪽의 공사대금 채권도 3년
- 그 밖의 상행위 채권은 원칙적으로 5년
- 판결이나 조정으로 확정된 채권은 10년(민법 제165조)
시효는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흐릅니다. 지급기일을 정했다면 그날부터,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납품한 때부터 셉니다. 여러 번 나눠 납품한 거래라면 건마다 시효가 따로 흐를 수 있어서, 마지막 거래일만 보고 안심하면 오래된 대금부터 소멸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만으로는 시효가 멈추지 않습니다
시효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채무자의 승인으로 중단됩니다(민법 제168조). 여기서 많이 오해하는 것이 내용증명입니다. 내용증명으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재판 밖의 독촉에 그치고, 이런 독촉은 6개월 안에 소송이나 가압류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74조).
시효 만료가 몇 달 남지 않았다면 내용증명을 보낸 날부터 6개월은 마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거래처가 잔액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거나 일부를 갚으면서 나머지 빚을 인정했다면 승인으로 시효가 새로 진행될 수 있으니, 그런 서류는 따로 모아 두세요.
오래 거래한 상대방일수록 독촉을 미루게 됩니다. 분기마다 채권 잔액 확인서를 주고받는 관행을 만들어 두면 관계를 해치지 않고도 시효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미 3년 가까이 지난 채권이 있다면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지급명령이나 가압류를 먼저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가압류는 시효를 멈추는 효과와 상대방 재산을 묶어 두는 효과를 함께 갖습니다. 거래처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면 시효와 상관없이 서두를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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