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부모님 대신 법원에 가야 할 때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6.01

부모님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녀분이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법원에 다니기 힘드시고, 사정은 자녀가 더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이때 먼저 정리할 것은 소송의 당사자가 누구냐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부모님이라면 소장도 부모님 이름으로 내야 합니다. 가족이 대신 나서더라도 원고는 부모님이고, 판결도 부모님 이름으로 나옵니다.

가족이 대리인이 될 수 있는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금전 청구 같은 소액사건에서는 당사자의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가 법원 허가 없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제1항). 신분관계와 위임 사실은 서면으로 증명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그보다 큰 사건이라도 단독판사가 맡는 일정한 사건에서는 친족 등이 법원 허가를 받아 대리할 수 있지만(민사소송법 제88조), 허가 범위가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져 있어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 가족관계증명서
  • 당사자가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은 위임장
  • 대리인 신분증
  • 사건 자료와 당사자 연락처

위임장에는 어디까지 맡기는지도 적어야 합니다. 소를 취하하거나 화해하는 일, 항소를 제기하는 일은 따로 권한을 받아야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민사소송법 제90조 제2항). 조정 자리에서 금액을 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 부모님과 미리 어디까지 양보할지 상의해 두세요.

소액사건이 아니라면 변호사를 선임하는 편이 가족의 부담을 덜기도 합니다. 기일마다 회사를 비우고 법원에 나가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잦기 때문입니다.

자녀 이름으로 소송하면 안 되는 이유

돈을 실제로 보낸 계좌가 자녀 명의였다거나, 자녀가 대신 협상을 해 왔다는 이유로 자녀 이름으로 소송을 내려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빌려준 것인지가 바로 이 사건의 쟁점이 될 수 있어, 당사자를 잘못 정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돈의 출처와 송금 경위를 먼저 정리해 당사자를 정해야 합니다. 자녀 명의 계좌로 보냈다면 부모님 돈을 자녀가 대신 보냈다는 사정을 보여 줄 대화나 자료를 함께 모아 두세요.

당사자가 돌아가셨다면

돈을 빌려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그 채권은 상속인들에게 넘어가고 상속인들이 원고가 됩니다. 반대로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사망했다면 그 상속인을 상대로 청구해야 하는데,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했는지 확인해야 실익을 따질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각자 상속분만큼 나눠 청구하는지, 함께 원고가 되는지도 정해야 합니다.

소송 도중 당사자가 사망하면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 절차가 중단되고 상속인이 이어받는 수계 절차를 밟습니다(민사소송법 제233조 제1항).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었다면 절차는 그대로 진행됩니다(제238조).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는 수계하지 못하니(제233조 제2항) 그 기간도 함께 확인하세요.

가족이 사건을 챙기더라도 중요한 결정은 당사자의 뜻을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판단하시기 어려운 상태라면 성년후견 같은 별도 절차가 필요한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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