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등기까지 넘긴 집, 되돌릴 수 있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7.04"집을 넘겨주고 나니 연락이 끊겼습니다.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여럿 있지만, 이미 등기를 넘긴 뒤라면 대부분은 힘을 쓰지 못합니다. 어떤 규정이 언제 통하는지부터 나눠 보아야 합니다.
일반 해제 규정의 한계
서면 없이 말로만 한 증여는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55조). 자녀가 부모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고, 이 해제권은 원인을 안 날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용서하면 사라집니다(제556조).
문제는 제558조입니다. 위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등기를 넘겼거나 돈을 건넨 뒤라면 자녀가 연락과 생활비를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규정들을 근거로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법이 이미 끝난 증여의 결과를 쉽게 흔들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을 붙인 증여라면 다릅니다
모시고 살겠다, 병원비를 대겠다는 조건을 붙인 증여는 부담부증여입니다. 부담부증여에는 증여 규정 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제561조), 대법원은 부담을 진 쪽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가 이미 이행됐더라도 증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때는 제555조와 제55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흔히 효도계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구조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는 점은 증여한 쪽이 보여 줘야 합니다. 효도하겠다는 막연한 문구로는 무엇을 어겼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함께 살 것, 매달 일정한 생활비를 보낼 것, 병원 동행이나 간병을 맡을 것처럼 구체적인 내용과 어겼을 때 증여를 해제한다는 문구가 계약서에 있어야 합니다. 공증은 효력 요건이 아니지만 작성 경위를 다툴 때 입증을 쉽게 해 줍니다.
판단력이 흐린 상태의 증여
증여 당시 부모님이 치매 등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그 증여는 의사능력이 없어 무효입니다. 진단명보다 증여 무렵의 진료기록, 인지검사 결과, 요양 기록이 핵심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동안 다른 자녀는 그 증여를 직접 다툴 권리가 없는 것이 원칙이어서, 부모님 스스로 다투기 어렵다면 성년후견을 청구해 후견인이 소송을 내게 합니다.
돌아가신 뒤라면 상속인들이 그 권리를 이어받고, 무효까지 가지 않더라도 특별수익이나 유류분으로 계산을 다시 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재산이 다시 팔리기 전에 처분금지가처분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제가 받아들여져도 그 사이 자녀가 집을 팔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정리가 훨씬 복잡해집니다. 돌려받는 시기와 방식에 따라 증여세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으니 세무 검토도 함께 받아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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